[종이책]도라 브루더 – 한 인간의 흔적을 쫓는 이유

여느때의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처럼 한 인간이 살았다는 증거가 될 흔적을 쫓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작가 자신으로 추측할 수 있는 추적자(?) ‘나’가 2차 대전 말기 유대인 사냥으로 그 존재가 사라진 도라 브루더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 갑니다.

유대인, 나치, 2차 대전, 아우슈비츠 등의 소재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쉰들러 리스트같은 휴머니즘과 대학살을 위한 가스실 묘사를 통한 인간의 악마적 본성의 서사를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매우 건조하고 보고서를 쓰는 것처럼, 그런 역사적 비극은 스쳐 지나가듯이 언급됩니다.

모디아노가 주목하는 것은 도라라는 이름의 소녀가 어느날 가출을 해서, 붙잡혀 임시 수용소를 거쳐, 종래는 아우슈비츠행 기차를 탔다는 행적을 쫓을 뿐입니다. 그런 가운데에 가출한 시기와 임시 수용소로 붙잡혀 오는 시간간의 간격이 비는 것에 추적자는 주목합니다. 애초에 ‘나’가 도라 브루더의 행적을 쫓는 이유도 우연히 본 신문에 실린 도라 브루더의 실종 신고 광고에 호기심 때문이었으니까요. 조금은 잉여로운 이유로 추적자는 자신의 일을 시작합니다.

소설 중간에 모디아노는 호송차로 끌려갔을 거라고 추정되는 도라 브루더와 자신이 같은 호송차를 탔다는 공통점을 떠올립니다. 아버지와의 금전적인 문제로 다툼이 발생해서 급기야 두 부자가 경찰차에 탄 것인데요. 이 부분은 스쳐지나가는 묘사갔지만, 저는 도라와 모디아노의 연배가 같은 시기에 같은 경험을 했다는 일종의 동질감을 그때만이라 해도 깊게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전쟁이 벌어지는 그 시기에서도 청소년 시기의 존재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이를 위한 반항적인 표현을 하곤 합니다.

모디아노의 무의식은 이런 청소년기의 반항심을 통한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도라 브라더를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마지막 열차를 탄 도라 브루더의 이후 행적은 알길이 없지만(죽었을 수도 있겠지만, 운좋게 종전까지 생존했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겠지만), 그 짧은 청소년 시절을 보냈을 한 소녀의 인생은 모디아노의 추적에 의해서 어느 정도 실재했다는 사실은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적어도 도라 브루더라는 존재는 한 세대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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