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원화전 – 예술가를 지망했던 동화 작가의 흔적들

지난주 토요일에 관람하고 온 전시회입니다.
무민이야 이미 유명하지만 사실 저는 이 캐릭터에 대해서 듣기만 했지, 등장한 작품을 접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히끄무리한 하마같은 녀석인데 왜 이렇게 인기가 있나 궁금해서 관람하러 간 게 더 클 겁니다.

놀라운게… 이 녀석이 하마가 아니라(저는 하마라고 생각했습니다.) 트롤이었다는데서 잠시 놀랐습니다. 하마가 아니라 돼지라고 주장하는 옥자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도 같았다고 할까요? 하긴, 피부색이야 그렇다 쳐도 무민 꼬리는 하마치고는 너무 길고 풍성하기는 하지요. 초기 무민의 베이스가 된 트롤 디자인과연의 연계성과 변화 과정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전시회는 인기덕인지 주말때문인지 굉장히 긴 줄을 기다린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전시 작품들의 크기가 작아서(원화이니 당연한 걸지도), 작품을 한참 보는 관람객줄은 앞으로 잘 가지도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자의 펜선 하나 하나를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한게 아니고, 바로 옆에서 작업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같은 즐거움도 있습니다. 지난 마츠모토 레이지 전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전시회의 묘미는 소박해 보이지만 크리에이터의 노력의 흔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둥글 둥글한 생김새처럼 낙천적인 성격의 무민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동화에서부터 카툰, 만화 영화, 심지어 연극과 오페라까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큰 눈만 있고 태생이 트롤이라는 괴물인지라 좀 무섭게 보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가족간의 끈끈한 연대와 친구와의 우정등의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원작자인 토베 얀손은 매우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무민이라는 작품에 자신이 너무 매몰되지 않는가 경계를 했고, 무민의 원작자나 삽화가로서보다는 화가로서의 인정을 받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고 하는 군요. 전시회의 마지막 섹션은 그러한 작가의 의지를 반영하듯이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끔 신은 전혀 원하지 않는 너무도 뛰어난 재능을 내려주곤 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로서 성공하고 싶었던 번역가님의 이야기나, 실사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게 된 애니메이터라든지 말이지요. 하지만, 그러한 분들의 창작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 것은 또 다른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재능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그저 현신한 예술적 경지를 접하게 되기까지는 그 존재의 가능성 조차도 알지 못하니까요.

평일 휴가를 내실 수 있다면 한 번 찾아 볼만한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에는 연인, 가족, 청소년 그룹들이 좀 많아서 여러 모로 줄이 좀 길것같습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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