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잃어 버린 추억을 찾아가는 몽환적 느와르

난데없이 주인공 다라간에게 걸려온 전화. 자신이 잃어 버린줄도 몰랐던 수첩을 주었다는 한 남자에게서 온 연락으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수첩을 찾아 준 남자는 다라간이 쓴 소설속 인물중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사람을 찾노라며, 그에 대한 소재를 추궁하는 것이 초입부입니다. 그와 함께 등장한 동양적인 외모를 지닌 수수께끼의 연인까지.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이 소설은 어두운 뒷세계를 다룬 스릴러 내지 느와르적 장르물로 취급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설 초입에 들장한 이들은 어느새 안개처럼 사라지고, 작가의 문체 역시 그 속을 헤매는 몽롱한 분위기로 이내 접어 듭니다. 서서히 몸이 젖어 들어가는 안개 속을 거닐듯이 다라간은 과거의 자신에게 있었던 상황들을 기억해 가며 그 흔적들을 더듬어 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그런 예측 가능한 결말조차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된 우울함과 몽상을 전해 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왜 그토록 다라간이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어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한 삶에 괴로워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 긴 분량은 아니지만 잠들기 힘든 여름 밤에 읽어 보면 좋은 소설이라는 느낌입니다.

jijabella

About 이 광희

이 블로그의 운영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