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 히어로즈 리포트 0

출처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jijabella/18350457)

관람한지는 2주 정도 지났는데, 이제야 감상문을 남기네요.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자체의 평가보다는 모티브가 된 고인과 관련해서 한 동안 이야기도 있었지요.

저는 이 영화를 영웅이 되어가는 한 사람의 일대기로 보았습니다. 얄팍한 제 지식에 비추어 봤을 때, 그리스 신화적인 내러티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에 묘사되는 송우석 변호사는 우리 주위에 혼히 볼 수 있는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세속적인 모습(돈을 벌기 위해 법무법인 취득 일까지 도맡아 하는 이른바 3류 변화사 역할까지 하는)마저도 보여줍니다.

그런 묘사를 위해서 영화는 그가 고시 공부를 때려치고, 막노동을 하는 장면을 끼워 넣습니다. 송우석이란 주인공이 변호사가 되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그리고 학벌 위주의 법계에서 무시당한 반발적인 보상심리라는 개연성을 넣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왔고, 현재도 살아가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른바 ‘상고 출신 주제에’라는 컴플렉스가 내재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영웅들은 나름대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는 가장 일반적이고, 도달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는 게 이들 영우들의 운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과 갈구는 점점 커지고 결국은 개인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 종국에는 세상과 맞서게 되는 단계까지 갑니다.

변호사는 송우석은 무시 받는 상고출신 변호사라는 컴플렉스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악착같인 일을 합니다. 주변을 돌아 볼 틈은 전혀 없었지요. 오죽하면 기자출신 친구와 시국논의를 하다, 데모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발언까지 하며 드잡이 했을 정도입니다. 70~80년대 개미처럼 열심히 일만 한 전형적인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과 너무도 겹쳐 보이는 작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단골 국밥집 여주인의 아들이 국보법 위반이라는 말도 않되는 이유로 납치와 고문을 당하는 걸 목격하면서, 이 초라한 존재는 이제 세상과 맞닥트리게 됩니다. 신화 속의 다른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어쩌면 선택이라기 보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운명의 손길에 의해, 세상과의 승부를 강요당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싸움의 초반에는 송우석이 너무도 약하게 보입니다. 게임으로 치자면, 아직 경험치와 레벨, 아이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게임속 주인공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화 초반의 영웅들도 이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페르세우스의 방패와 칼같은 아이템이나 조력같은 이들이 있었으니, 그와 함께 국밥집에서 드잡이를 했던 기자 친구라든지, 그의 선배 인권 변호사,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증언대에 선 군의관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의 노력이 조금씩 보태지면서, 비로소 송우석은 영웅으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관객들의 폐부를 찌르는 말을 내뱉으며, 만랩 찍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이 여전히 사랑을 받는 것은 그들이 가진 절대적인 힘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인간다운 모습들-때로는 비겁하면서 용기를 잃는 모습까지 포함해서-때문에 큰 공감을 하는 거라고 봅니다.

많은 사람드링 변호인의 송우석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것은 이처럼 그가 우리와 같은 인간이면서도, 그 한계를 뛰어 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화 속에서 영웅에 대비되는 반동인물인 악역들은 절대적인 권력과 함께, 한 편으로는 현실과 유리된 듯한 기괴함등을 보여줍니다. 보면 돌이 될 정도로 추한 메두사라든가, 하나의 머리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다시 돋아나는 히드라 처럼. 과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묘사가 주를 이룹니다.

이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아무래도 곽도원씨가 연기한 차동영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할 겁니다. 이 인물은 그냥 단순히 무서운게 아니라… 맹목적인 믿음에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입니다. 왜 일베회원들이 무서운 사회적인 괴물인지 이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에 앞서 그냥 “빨갱이”라는 단어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달려드는 모습을 시종 일관 보여줍니다. 법정에서조차도 송우석에게 “이 빨갱이 새끼야!”라고 소리를 칠 정도입니다. 가장 무서운 장면은 고문 장소를 탐문하던 송우석 변호사를 발견하고, 구타를 하는 씬입니다.

송변호사를 때리는 도중에 들려오는 애국가에 구타를 멈추고, 가슴에 손을 올린채 자뭇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한 동안 부동자세를 취하는 모습.

이 장면은 70년대 영화 “바보들의 행진” 초반 장면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장발 단속을 위해 주인공들을 쫓던 경찰관이 애국가가 들리자, 곧바로 가슴에 손을 올린채 부동자세로 국기가 걸린 쪽을 보고, 그 사이에 주인공들은 무사히 도망치는 장면입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서양 초기 종교 철학에서는 악은 선의지에 대한 부재라고 하던 구절이 생각납니다. 차동영에게는, 그리고 그 시절 고문 경찰관들과 공안 검사들에게는 이 선의지가 없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저는 이 영화를 현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의 영웅 신화적인 줄거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스 영웅의 말로가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재판을 받는 송우석의 뒤로 수 많은 지지자들이 저마다 신분을 밝히며 일어서는 장면은, 영웅의 산화가 그 자신의 쓰러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나타냅니다. 그 보다는 숭고한 희생에 대한 동의와 그로 인한 상승(일어서는 모습으로 은유하는 듯 합니다.)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신 적이 없다면 한 번쯤 이런 면에서도 생각해 보시고,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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