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건축 시티홀 – 서울이라는 복잡한 인간 관계…

출처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jijabella/18350428)

함께 근무하는 실장님의 누님이 이 영화의 감독이셨네요.^^; 지난 번에는 말하는 건축가 잘 보았는데, 이번에도 그 덕에 좋은 영화 한 편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관람후 공대생인 저 빼고는 모두 건축가인 유걸 선생님이 불쌍하다고 하셔서 본의 아니게 왕따(?)를 당했는데요.(;ㅁ;) 저는 시청 신 청사를 지으면서 여러가지 관계 문제로 고생했던 건설사, 감리사, 시청 직원들의 노고가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입니다.(공대생이라서 그럴까요?^^;)

대학교 졸업쯤에 제 꿈은 공무원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쓰는 것만으로는 여의치 않을 것 같아서, 소위 셀프 사회적 안정장치망을 설치하고자 공무원을 선택했더랍니다. 뭐… 중학교 1학년과 대학교 2학년때에는 유치원 교사였으니 그다지 변하지 않은 스탠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가장 분노의 대상이 되는 직업군이 바로 다름아닌 공무원이더군요. 이모부께서도 공무원이고, 친구놈도 공무원이건만… 왜 그리 공무원들 하는 게 눈에 맞득지 않은지..-_-a 하지만, 사실… 공무원 개인 보다는 이 나라의 행정편의적이고 강압적으로 윽박지르는듯한 관료제가 정말 문제이지 않나 싶습니다.

거대한 행정 조직이 시시때때로 바꾸는 기획에 따라서, 실무자들은(담당 공무원들을 포함해서) 참 시체말로 피똥싸듯이 고생합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 서울 시청 신 청사를 짓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 계획이 분명 있었거만, 서울시의 입맛대로(더 정확하게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매번 계획이 바뀌고, 급기야는 설계도 다시, 공사도 하던 도중에, 원 건축가가 감리 감독을 맡고, 또 그로 인해 다시 공사를 하는 상황까지 가 버립니다.

영화 내내 등장인물인 설계사, 건축사, 시공사, 서울시 담당팀은 불화를 보입니다. 애초에 당신이 잘못했지 않느냐, 그래도 그쪽에서 잡아 줬어야 하는게 기본이지 않냐 등등.. 우리가 살면서 많이 보던 우리들 자신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 이런 문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만, 그걸 캐내기에는 서로 간에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최대 위기는 원 건축가인 유걸 선생이 자신이 가장 중점을 두었던 콘서트홀의 천장 부분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면서입니다.

이제까지 공사가 지연된 상황에서 이로 인한 더 긴 연기는 불을 보듯 뻔했으니까요. 우리는 이미 서울시 신 청사가 완공된걸 압니다. 하지만, 영화가 촬영되는 공사 기간 동안 등장인물들은 정말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절망감을 간간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큰 위기를 몇 차례 넘기고 간신히 완성될 쯤에, 등장인물들은 이제 농담을 건낼 정도로 사이가 진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죽일듯 살릴듯 달겨들었던 몇 십분 전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실제 그들에게는 몇 년 몇달이겠지만)

관계의 복잡성은 이렇듯 우리들이 원하지 않고, 손해 보는 듯한 위치로 내몰곤 합니다. 게다가, 그 복잡성은 그 안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 많은면 많을 수록, 빠르게 증식하는 바이러스처럼 걷잡을 수 없을만치 커져만 갑니다.

그런면에서 서울이라는 존재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식하는 복잡성 바이러스일겁니다. 영화 초반에 보이는 오프닝을 보면 서울타워와 고궁, 한강 철교 등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불릴만한 곳들을 이어가는 선들이 보입니다. 어지럽게 얽히듯이 화면 안을 그어대는 그 선들을 본다면, 아마도 이런 제 생각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청사는 완성되었습니다. 불가능하게 느껴질 것만 같던 일이 사람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린 끝에 마침내 완성되는 과정은 참 경의롭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에 보인 새벽녘의 인부들의 공사 준비를 위한 준비 운동 장면이나, 간간히 삽입된 인부들의 휴식장면들은 그러한 과정이 초라한 개인 한 ㅏ람 한사람이 모여서 이루었다는 걸 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완성 이후에 세상은 이 결과물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들입니다. 건축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악평조차도 완공 이후에는 사라져 버렸으니. 현장에 참여했던 이들은 완성 이후에 잠시 허탈한 표정으로 청사를 보는 장면이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합니다.

사람 일이란게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뭔가 프로젝트나 밑바닥에서부터 위로 잡아가는 일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붙이치곤 합니다. 일 자체의 난이도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비판을 가장한 비난이나 아는체 하는 평들이 참 힘들게 합니다. 막상 일이 완성될 쯤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저절로 된것처럼 사람들이 받아 들일때, 정말 그 허탈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현장 사람들에게 감정을 투사하게 된 건, 아마도 현재 맡고 있는 전자책 업무의 진행과 과정, 그 결과와 패턴이 너무 비슷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야만적인 행정주의는 영화 마지막까지 보여집니다. 신청사 개관식 날 외국인 내빈들은 의자에 앉은채, 행사를 관람힙니다. 그에 반해 정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한 유걸 선생을 비롯한 건축 관계자들은 바닥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행사를 구경하는 모습입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기계적으로 건축가를 바닥 자리로 가라고 손사례 짓하는 모습은 정말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입니다.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을 떠 올리신 분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영화에서 던져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콘서트홀에 대한 노 건축가의 긍지 어린 얼굴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마지막까지 자리에 앉아 보신다음에 완전히 마음에 든 얼굴은 아니었지만.^^;(저는 중간 중간에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이놈의 노인네! 적당히 좀 해!)

자신이 원하는 시청의 모습-행정과 권위를 위한게 아니라 시민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을 담은 콘서트홀을 완성했으니 적어도 유걸 선생님만은 약간 더 행복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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