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체르노빌의 목소리 – 국가의 무지와 폭력에 쓰러져 간 사람들의 이야기


[리디북스 : http://ridibooks.com/v2/Detail?id=206400000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의 책 중 두 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전에 읽었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마찬가지로 구술중심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소외와 사라진 역사에 관해 다루었다면, 이 책은 체르노빌에 살았던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층위를 한 결 더 넓힌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나온 세컨드 헨드 타임에서는 소비에트 연방 체제의 사람들을 다루면서 더욱 더 그 범위를 넓혀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역사상 가장 처참하고 끔찍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도 그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이 책에 기록된 생존자들과 사고 수습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그 심각성은 비교 불가일 정도입니다. 당시 냉전시대에서 아직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소련 당국은 철저하게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합니다. 그로 인해서 체르노빌의 주민들과 복구 공사에 참여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치사량을 훨씬 넘는 방사능에 피폭되었고, 그로 인한 비극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원전에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전의 심각성 이면에 있는 국가의 무지와 폭력성이 더 느껴졌습니다. 핵물리학자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도 모자라서 피폭의 위험 사실을 전파하는지 도청까지 하는 감시 국가의 모습이 인터뷰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제는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많은 학자들이 그 당시 침묵했던 사안에 대해 양심의 고통을 받고 있는 장면도 있습니다. 조국의 안녕을 위해서라는 숭고한 목적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 죽은 사람과 그 가족들, 체르노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 태어날 때부터 큰 방사능 피폭을 받아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들까지. 그들이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는 고통은 어쩌면 국가가 막을 수 있거나 충분히 경감시킬 수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이것은 단지 안타까운 사고만이라고 볼 수 없는 건, 정치 위원장의 가족들은 방사능을 염려해서 우의와 방호복을 입고 체르노빌을 방문한 반면에, 어느 누구도 그 지역 사람들에게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처절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국가의 무지와 안일함, 폭력적이 감시 체제들이 체르노빌 사태의 원인이고, 지금도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원전의 위험에 대한 목소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무지와 폭력이 얼마나 국민들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호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사드 관련 사태나 세월호 사태가 과연 체르노빌 사태와 얼마나 다를까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책임자 없음, 사고에 대한 경각심 부족과 나태함, 사고에 대한 대처 부족, 사고 당사자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 전문가 의견 묵살 등등.
20세기 공산주의 국가와 다를 바 없는 곳이 요즘 한국인 것 같습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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