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이들의 목소리


[리디북스 : http://ridibooks.com/v2/Detail?id=371001124]

나이가 들수록 영상물을 볼 때 픽션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눈여겨 보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아직 책은 그런 기록형 장르에 선뜻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이 책이 어쩌면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기록으로서의 책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콘텐츠였던 것 같습니다.

녹음된 인터뷰어들의 말을 여과없이 그대로 책에 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힘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영상물로서의 다큐멘터리는 그래도 픽션에서도 사용되었던 구도나 편집등이 가미되어 촬영자와 감독의 시선이 일말이라도 들어갈 여지가 있는 반면에, 이 책은 작가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닏. 물론, 인터뷰의 목적이나 책 구성등은 또 다른 작가의 시선적인 장치가 되겠지만, 여기서는 작가는 그저 살아남은 슬픔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성껏 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생물학적으로 본인도 남자인지라 당연한 일에 대한 의문을 품지 못했습니다. 왜 전쟁사에서는 여성의 이야기는 별로 없거나 있다 해도 남자들의 보조적인 역할 정도로만 기록되었을까? 분명 전쟁은 국가라는 큰 세력의 총력전이 펼쳐지는 만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해당 구성원들이 모두 동원되었을 텐데도 말이지요. 책과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그만큼 우리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회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어 참여한 사람들은 여성이라는 공통점외에도 크게는 국가에서부터 작게는 자신의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그녀들 대부분은 초기 전선 투입시에 무시당하고(여자가 어딜 전쟁터에!), 전쟁 중간에 남자들 못지 않게 혁혁한 전과를 세우기도 했지만, 전쟁 후에는 철저하게 잊혀져 버렸습니다. 인터뷰어들 상당수는 강제 징집이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전적으로 능동적인 선택으로 전쟁에 참여했는데도, 승전이후 국가는 그녀들을 외면하는 모습은 전쟁 그자체보다도 더 악랄해 보였습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지만, 평화 역시 그녀들의 얼굴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많은 인터뷰어들이 작가인 알렉시예비치에게 말합니다.
“내가 죽으면 잊혀질지 몰라. 그러니, 꼭 내 이야기를 담아서 전해 줘.”

누군가는 저격수였고, 누군가는 빨치산 전투병이었으며, 또 누군가는 야전 병원을 진두지휘하는 의사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제 머리속의 전쟁은 여전히 남자들의 이야기로만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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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앞에서 읽어 왔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체르노빌의 목소리‘가 소련과 소련인의 과거, 현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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