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핑 아이언 – 최고의 자리를 향한 도전


[넷플릭스]

1977년 다큐멘타리이니까, 제가 태어나기 딱 1년 전에 나온 형뻘 되는 녀석입니다. 1977년은 그 유명한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이 나온 시기이기도 하지요. 터미네이터의 원작자인 제임스 카메룬이 트럭 운전을 하면서 스타워즈에게 선수를 빼았겼다고 분통을 터트리던 시기도 딱 이 해입니다. 사회 여러 곳에서 젊은이들의 원초적인 에너지와 성공에 대한 야망이 꿈틀거리던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펌핑 아이언의 메인은 포스트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입니다. 지금에서야 주지사까지 하신 거버네이터로 유명한 배우지만, 이 시기만 하더라도 아직은 배우보다는 세계 최고의 보디빌더 정도의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타리 내내 그는 마치 자신의 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시종일관 주인공 행세를 합니다. 당연히 전무후무한 미스터 올림피아드, 유니버스 등 내놓으라 하는 보디빌딩 대회를 석권하고 오랫동안 왕좌를 지키던 사람이었으니 주목도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진행하는 인터뷰를 보면, 이 시기에 그는 이미 자신이 몸만 큰 보디 빌더로서 삶을 마감하지 않을 거라는 걸 번번히 보입니다.

때로는 건방지다 싶을 정도이고, 얄밉다 싶을 정도로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그도 대회 준비를 위한 운동장면에서는 역기를 사생결단 내듯이 인상을 크게 써가며 운동을 합니다. 운동을 하다가 구토를 하거나 쓰러질뻔한 위험도 있었다는 언급을 하기도 합니다. 그가 굳건히 왕좌를 지키는 뒷 배경에는 이런 노력들이 있었던 거지요.

다른 보디빌더들 역시 마찬가지로 조금이라도 근육을 늘리려고 죽을둥 살둥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우승자는 될 수 없는게 세상 이치입니다. 한 명의 우승자를 뒤로 수 많은 노력들이 허탈할 정도로 가려지는 장면들이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간간히 보여집니다. 영화 속에서 마이크 카츠라는 아마추어 선수가 아쉽게도 4등으로 대회 입상자 연단에 서지 못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학 풋볼 대표 선수로도 활약하던 중 입은 부상을 극복하고, 보디 빌딩에 도전하지만, 아쉽게도 국제 대회에서 고베를 마시는 장면입니다. 안타까움과 슬픔을 감추기 위해서 ‘지금 미국 시간은 몇 시지요?'(영화 속 대회는 남아프리카에서 열렸기 때문에 인터뷰어에게 물어봄)라고 물으면서 아내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곤 하는 수 많은 실패와 좌절을 보여주는 거울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보디 빌딩 대회를 둘러싼 선수들의 노력과 환희, 좌절들이 영화 내내 이어지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큰 특징입니다.

마지막에 3위를 차지한 젊은 루 페리그노에게 격려를 아끼지는 않는 아놀드 슈왈츠 제너거의 모습을 보면, 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쟁자로서 팽행한 긴장감과 신경전으로 대하던 상대를 자신과 거의 동급으로 인정해 주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런 부분은 발전 가능성 있는 신인을 이끌어주는 현장의 선배들의 모습과 겹치기도 합니다. 실제로 루 페리그노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은퇴한 이후로 보디 빌딩 대회에서 두곽을 나타냈고, 선배와 마찬가지로 근육질 배우로서의 커리를 밟기도 하지요. 그 유명한 TV판 인크레더블 헐크(우리 나라에서는 두 얼굴의 사나이; 어린 시절에 무서워서 이블덮고 봤던 바로 그 초록색 아저씨였습니다!)에도 나왔고요.

이종 격투기, 보디 빌딩, 프로 레슬링처럼 저는 순수하게 몸을 던져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선수들을 존경합니다. 그들의 승패와 관계없이 무대에 서기 전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노력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거버네이터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고 싶으시거나, 멋진 근육질 몸을 보고 싶으신 분^^, 노력해도 인생에서 쓴 맛을 보는 것이라고 느끼는 어른들에게 적합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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