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굿바이 미스터 블랙 – 복수의 쾌감 보다는 허무함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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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창작자들은(영화감독이나 만화가 등)이 그리는 복수관련 작품들은 많은 부분 폭력의 쾌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런 류에서 대표작이라면 제 나이때 비슷한 90년대 키드들 입에 성냥개비를 물린 영웅본색같은 작품이 있을 겁니다. 리암 닐슨 형님이 나오시는 “널찾아 내겠다. 그리고 죽일 것이다”같은 작품들도 이런 폭력을 동반한 복수의 쾌감을 보여주는데 주력합니다.

딱히 여성 작가라서 이와 반대되는 부분을 보여주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겟지만, 이 작품도 그렇고 상당수 여류 작가분들이 생각하는 복수는 마지막 허무함에 관한 결말을 내재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김혜린 선생님의 불의 검에서 여주인공 아라가 구태여 원수에 대해서도 끝까지 칼을 겨누지 않은 것도 이런 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이나 권력이 없어서 복수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복수 뒤에 따르는 그 덧없음에 대한 염증으로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고나 할까요?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는 복수를 하기는 하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험난하고 많은 인물 관계가 엮여 있는 만큼 주변의 다쳐나가는 비병소리로 넘쳐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수의 여정을 마친 주인공 에드워드는 한 순간이지만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좀 지난 작품이라서 대사와 그림이 다소 고풍스러운 낡음(?)이 있지만, 인물들간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와 이로 인해서 번민하는 주인공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뭔가… 제가 성격 좀 나쁜 아이같은 발언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 미스터 블랙 에드워드와 한 쌍인 여주인공 스와니는 상당히 독립적인 여성으로 그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 설정(감옥에서 나오게 되는 부분이라든지 교육이라든지)은 키다리 아저씨같은 도움을 받는 캐릭터였다면 중반부터는 기자로 활약하는 등 에드워드와 독립된 주체라는 인식을 주는 행동을 매번 보여줍니다.

알고 보니 원수의 딸인데 번민하면서도 에드워드에게 복수를 할지 말지 선택하게 하는 장면은 그저 울며 불며 매달리는 정형화된 드라마적인 여주인공과는 좀 다릅니다. 이 작품이 출간된 년도룰 고려하면 이 시대 만화가 언니들이 생각한 세상에 대해 좀 숙연해 지는 면도 있습니다.

길쭉길쭉한 롱다리에 머리 긴 남자들이 나오는(그리고 심의 때문에 잘려나거가 화이트칠된 것 같은 묘사 등이 있는 장면 등. 물론 여성향에 가깝지만) 작품이 싫은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20년도 훨씬 전에 이런 작품을 접하신 분들이나 그림체보다는 요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스토리를 원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새의 늪(여러분 퇴폐미란 이런 겁니다를 보여주는)과 무영여객(이쪽은 작가분의 정말 변신 오브 변신)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만, 극화화된 순정만화를 다루는 대가의 초기 작품이니 역시나 이건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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