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염소의 축제 – 독재자가 남긴 공포의 잔재

외상후 징후라는 게 있습니다. 전쟁이나 각종 참변을 겪은 사람들이 해당 사건이 지난 후에도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스트레스성 질환이라고 하지요.

동서고금을 막록하고 잔혹한 독재(독재는 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폭력을 잔혹하게 사용하기에 필수 불가불하게 따라 붙는 수식어가 되었습니다.)는 해당 시기는 물론이거니와 이후에도 남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상처에 관해서 두 권의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주인공인 우라니아가 화자로 말하는 현대의 시간과 어린 시절에 묻어 둔 어두운 기억의 시절들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독재자가 남긴 상처들을 헤집어 댑니다.

중간에 들어간 독재자 트루히요의 암살 사건은 대부분의 암살 시도들처럼 실패로 돌아가고, 그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독재를 자행했던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박정희의 암살과 그를 틈탐 전두환의 쿠테타 부분과 묘하게 닮았다고 할까요?

주인공 우라니아가 40살이 넘도록 결혼도 애인도 두지 않는 것은 이 시절의 트라우마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이것 역시 그 시기가 한참이나 지나도록 제대로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모습과 매우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마지막까지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기듯이 뉴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조카의 편지에 답장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장면은 그나마 이러한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녀의 소망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적어도 마지막에는 위안의 모습을 찾고자한다는 면에서 이 책은 조심스러운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도 그럴수 있다면 좋겠지만…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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