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 애증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

애증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미움이 동시에 겹치는 심정을 일컫는 말이지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애증이라는 단어처럼 절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극단적인 심정이 겹치는 아이러니는 종종 보곤합니다.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를 불쌍히 여겼던 사람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한사코 그런 일이 없다고 응변하는 모습이라든지. 노름빚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집을 나가서, 늙고 병들어 돌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심정같은.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이렇듯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만 주섬 주섬 쓸어 담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 형체가 견고하지 못하고 어지럽게 엉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몇 가지 이야기들은 저에게 그런 심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표제작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어쩌면 아이들의 잔인한 장난으로 인한 남녀의 오해에 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한 남자에게 그래도 반가적인 심정으로 절실히 돌보는 한 여성의 심리 묘사로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수록 작품인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노년이 보여줄 수 있는 애증을 한껏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이별이 꼭 물리적인 거리차이 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부인을 보는 남편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요?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을 때는 그래도 상대의 존재감이라는 안도의 여지가 있지만, 정신 그 자체에서의 이탈은 그럴 안도의 한 숨조차도 남겨두지 못할만큼 잔혹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잠시 정신이 돌아온 아내를 안는 남자 주인공 그랜트 할아버지의 심정은 어떨지…-_-a

언젠가 어린 시절에 누군가에게 해줬던 말처럼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거고, 증오했던 것만큼 사랑했었다.”라 말이 지금 30대의 제가 이 책의 감상으로 남길 수 있는 적절한 말인것 같네요.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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