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도스또예프스끼 단편집 – 대문호가 그리는 치정극 소품들.

간간히 지하철에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당당하게 앉는 나이든 여성분들을 보고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아줌마’라고 혀를 끌끌 차곤 합니다. 그분들에게는 세상 무서울게 전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마음 속에 담아 두고 무슨 무슨 여사님이니 하고 손가락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요즘처럼 빡빡한 세상에서 그분들 만큼 자기 주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적어도 전철 안에서만이라도)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20대에는 저도 거의 혐오스러울 정도로 그분들을 평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목을 보니 저도 그다지 다른 것 같지는 않네요.^^

중학교 미술 시간에 담당 교사분은 에술과 외설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상반신이 반응을 하면 예술이고, 하반신이 반응을 하면 외설이다.” 물론 이런 말씀을 하실 쯤에는 항상 호기심이 충만해서 자진납세를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선생님! 그럼, 상반신과 하반신 둘다 반응하면 뭐에요?” 사실 저도 순수한 의지로 손을 번쩍 들고 묻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예술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_*a

물론, 그 친구의 질문에 선생님은 납득할 만한 답을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커다란 몽둥이로 그 친구의 엉덩이를 한 다섯 대 정도 두드려 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친구에게는 아마도 그 순간이 하반신이 반응을 하고 있었을테니 외설이었겠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심장을 부여잡고 있던 저로서는 예술적인 순간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접한 건 죄와 벌이었습니다. 정식 버전이라기 보다는 아마도 축약본이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인생의 부조리에 대해서 고민하는 라스코리니코프(이 이름이 맞을지 기억이 가물가물..ㄱ-a)의 고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딱 그런 상태였거든요.-_-a

그 시기의 영향으로 아마 이 책을 샀던것 같습니다. 그 당시 20대 후반에 이 책을 읽고 예술적으로 느끼려는 바를 찾으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그런 것 때위는 지금으로서는 기억도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의미가 없었던걸 걸까요?

얼마전에 대대적으로 방청소를 하면서 이 책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나름 하드 커버 형태라서 새책에 가깝게 모습을 간직하고 있더군요. 펼쳐서 목차를 보니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조금씩 살아 났습니다. 한 번더 읽는 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했지만, 결국 다시 읽었습니다.

30대에 다시 읽는 도스토예프스키 단편집은 뭐랄까…

우앙~ 막장 치정극으로도 이런 대단한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역시 미하일 형아 짱 >.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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