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사십일포 – 뻥같은 진실? 진실같은 뻥?

다시 모옌 읽기의 결과물입니다. 제목부터 우리 말로 소위 “뻥”이 연상됩니다.^^;

흔히 과장이나 허풍이 쎈 사람들을 대포등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중국도 그런 모양입니다.

이번 소설 사십일포는 지금까지 읽었던 모옌의 그 어떤 소설들보다 큰 소리가 “뻥!” “뻥!”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뤄샤오통의 어린 시절과 현재(라고 생각되는)를 교차해 가면서 진행됩니다. 서술자는 대부분 뤄샤오통으로 보이지만, 가끔씩 그가 등장 인물처럼 서술되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 방식은 이전에도 나왔던 모옌 소설의 특징이라서 이제는 구태여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분리와 합일을 고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글머리에서도 모옌 스스로도 밝혔듯이 아이와 어른간의 모호한 경계선과 그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맛이 이 소설에는 들어 있습니다. 모옌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소년(이름이..ㄱ-a)처럼 자라지 않은 어린이 혹은 어른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과거 인물 전형을 답습하기는 작가 자존심상 용납하지 않았던지, 자신만의 해악-네! 바로 그 “뻥!”입니다.-스러운 인물형을 천연덕스럽게 내밀고 있습니다.

주인공 뤄샤오통의 제주는 딱 하나뿐입니다. 세상에서 고기를 가장 잘 먹는 것.-_-a 저도 쇠고기와 참치, 메뚜기를 좀 먹는다는 소리를 듣지만, 이 어린 친구에게는 비할 바가 못됩니다. 소와 돼지는 기본이고, 낙타, 개, 그 밖에 네발달린 짐승이라는 짐승으로 만들어진 고기들은 모두 이 친구 뱃속에서 단 번에 소화된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구운 고기, 튀긴 고기, 찜은 물론 저도 잘 못 먹는 삶은 고기까지도 맛있게 다 먹는다니, 가히 고기의 신(육신)이라고 불릴만 합니다. 얼마나 고기를 잘 먹고 사랑하는지 고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묘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뤄샤오통은 고기만이 세상의 진리이며, 자신은 고기 먹기만을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은유는 상당히 고전적이고 직설적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어필하는 감이 큽니다. 특히나 고기를 탐하는 주체가 ‘어린아이’라는 설정과 덧붙여 진다면 효과는 더욱 더 커지지요.

많은 분들이 예상하듯이 고기를 탐하는 뤄샤오통은 오늘날 물질주의에 휩쓸려 있는 중국을 나타낼 겁니다. 소설을 너무 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말씀도 할 수 있겠지만, 뤄샤오통의 부모를 포함해서, 그가 사는 동네 사람들 모두 돈을 벌기 위해 가축에 물을 주입해서 근수를 속여 고기를 판다는 설정이라면 이미 더 할 말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읽어 온게 얼마 안되지만 모옌 소설 속에서는 끊임없이 현재 중국의 급격한 세속주위에 대한 관찰자적인 시각이 깃들여 있는것 같습니다. 그가 묘사하는 등장인물들은 너무도 세속적이라서 일말의 동정도 주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린 아이인 뤄샤오통과 그의 여동생 쟈오쟈오까지 그렇게 느껴질 정도라면, 이 소설의 인물들이 얼마나 눈쌀 찌푸려지실지 짐작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맞이하는 예정된 파국과 결말 부분에서는 조금이나마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동정심이라기 보다는 탐욕이 만들고 가린 무지함에 사로잡혀서,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씁쓸한 미소인것 같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흔 한 개의 이야기에 담아 쏟아내는 뤄샤오통의 뻥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허황되고 덧 없는 것들을 쫓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곤 합니다.

홍까오량 가족에서는 억압받으면서도 삶을 연명해 가는 중국 민중들을 그렸다면, 최근에 읽은 사십일포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는 작가가 중국의 앞날을 걱정하는건 아닌가 하는 착각도 해 봅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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