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단테클럽 – 댄디함을 추구하는 팩션 추리 소설

민음사다운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회사에서 선물로 받은 이 책은 펄프라는 브랜드 이름과는 달리 상당히 고급스러운(?) 면을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등장 인물의 면면도 사실상 띠지의 카피처럼 미국 문학 황금기의 작가들입니다. 우리가 흔히 기대했던 활력가득한 탐정은 적어도 이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다빈치 코드 이후로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팩션인 이 소설은 그러한 묘미를 상당히 살려주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문호인 롱펠로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테 클럽이 단테의 신곡 번역을 둘러싸고 겪는 사건들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진부할 정도라는 평가를 받을 단테의 신곡이지만,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단테는 금서의 준하는 처우를 받았습니다. 요즘이야 아청법같은 성적 터부에 대한 헤프닝같은 논란이 일지만, 당시에 단테가 묘사한 지옥에 관한 묘사는 미국 개신교 신도들에게 이단시된 측면이 강했다고 하네요.

단테클럽의 번역 작업은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매우 힘겹고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설상 가상으로 신곡의 지옥편에 나온 형벌을 그대로 현실로 옮긴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맙니다.

사실 이러한 구성은 이미 이전에 나온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매우 유사합니다. 당시 지도층의 엄숙주의 때문에 금서처분이 된 도서라든지. 이로 인해 발생한 살인 사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탐정 역할을 맡은 지적인 주인공.

저만,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닌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분들이 좀 계신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이 에코의 유창하고 해박한 서술로 상당 부분 채워져 있는 반면에, 이 책은 추리 소설 본연의 목적에 충실합니다.

점점 사건과 범인의 정체에 다가서는 단테 클럽 주인공들과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성채에서 이를 지켜 보는 범인의 시각에 대한 묘사등.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이 장르 독자라는 걸 잊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막판에 범인을 밝혀내는 부분에서는 다소 당황스럽다고 느껴졌지만, 정말 미국적인 접근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 내내 언급되는 남북 전쟁에 관한 당시 사람들의 실릴한 평가들은, 최근까지 미국이 벌인 여러 차례의 전쟁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지적 허영심과 허세로 가득 찼던 20 초반의 대학생 시절에 저는 단테이 신곡을 읽어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메튜 펄의 이 소설에서처럼 심각하게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보니 다시 한 번 신곡을 읽고 싶어졌네요.

지금 다시 읽어 본다면 조금은 다를 느낌이 들런지도요.^^;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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