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술의 나라 –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현실과 환상의 혼합

비교적 예전에 나온 모옌의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맥주를 담궈 먹을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 제목의 소설을 고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느낀 감정은 조금 당황스럽다였습니다. 이전에 읽어 왔던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문인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글(여기서는 스승이 모옌 자신으로 되어 있습니다.)이 중간에 들어간 형식이었지만, 개구리때보다는 조금은 덜 다듬어진 거친 작법 때문이었습니다.

개구리에서의 편지글 삽입은 까오미 현에서 일어난 낙태 시술 사건들이 “소설이 아닌 실제일 수도 있다.”라는 늬앙스만 풍겼다면, 이 술의 나라에서는 “이것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를걸?”이라는 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간일이 2003년도인걸 감안하면, 그 간의 시간 동안 작가의 성숙 혹은 변화때문에 이런 당혹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술의 나라에서는 이제까지 읽었던 개구리나, 홍까오량 가족,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 진다 등과 비교해서 굉장히 직접적인 언사들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입니다.

장자의 나비 꿈에 관한 고사가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바로 그런 느낌으로 독자에게 거세게 몰아 붙이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소설 속의 주인공과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모옌이라는 한 작가의 상상력에 불과 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의 문인 제자인 술박사가 들은 설화인지. 매우 흐리고 모호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날 잡고 진땅 술을 마신 뒤에 “어제 과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후회를 하며 생각해 보는 모습일까요.

작가 모옌은 소설은 허구를 다룬다는 걸 크게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도 사실이 아닌 ‘현실적인’ 생명력을 소설 속에 넣고자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자신을 한 인물로 후반에 배치해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이야기가 모두 작가의 상상력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특별 수사관 띵꼬우가 주꾸어 시에서 들려온 “어린 아이를 잡아 먹는다.”라는 소문이 근거를 확인하는 것으로 부터입니다. 매우 자극적인 소재와 도입부인데, 소설은 내내 정말 아이를 먹었는지 아닌지 조차도 모호하게 몰아 갑니다.

그 방법이 너무도 절묘하고, 여러 소설적 장치가 배치 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저 역시도 머리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장치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서신을 주고 받는 부분의 이야기 중 삽입입니다. 그로 인해서 독자는 잠시 동안 급격하게 높은 술을 마신 것처럼 일시적인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편지가 끝나갈 무렵에는 이 소설이 액자식의 2중 구조였던가?라는 안심을 하게 됩니다. 끔찍한 사람 고기 먹는 장면이 사실이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소설로서 창조된 허구라는 일종의 안전구역적인 안도감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주인공 띵꼬우의 사건으로 페이지가 전환되면, 강력한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의 수사관은 마지막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잠시도 머리를 맑게 유지하지 못한채 고난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의 묘사 역시 굉장히 역겹고 잔인한 면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우리가 술에 진땅 취한 듯할 때의 기분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된 것과 같이 술이라는 이 소설 장치는 주인공의 정신상태를 잠시도 가민히 두지 못하게 해서, 지금 전개되는 사건들이 사실인지 환상인지. 그리고, 환상이라면 실제는 정말 어떤 일들이 저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강한 숙취처럼 뒷맛이 깨끗하기 못한 것이 이 소설의 유일한 단점인 것 같습니다. 정말 수사관은 죽었는지? 주꾸어 시에서는 정말 식인 습성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등. 어쩌면, 그렇게 깔끔하지 않은 다소 텁텁한 맛을 남기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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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소설은 일전에 읽었던 모예의 ‘술의 나라‘와 비슷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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