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철학을 권하다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런칭했던 ‘철학을 권하다’란 책입니다. 전자책으로 제작한 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완독한 건 이제서야 끝났네요.

철학이라는 말이 딱딱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내용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라는 측면에서 자기 내면 성찰을 위한 수양서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읽는 시간이 좀 걸린건 평소 게으른 독서 습관과 함께, 실제로 힐링을 시도해 보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을 쯤에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하던 일을 하고는 있지만, 뭔가 가슴 한 켠에서 비어버린 부분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힘든 나날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전자책 부분에 대해서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매출 현황이라든지, 그에 대한 처후 불만. 건의가 제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 점. KPC와 출판인회의의 고질적진 병폐. 또 그들을 뒤에서 조정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C출판사의 태도에 대한 염증 등.

어쩌면 출판사에 들어온지 3년차이기에 당연히 겪게 될 홍역같은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점에서 스스로는 알고 있었지만,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내가 마음에 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그 시점에서 제작을 시작했던 책입니다. 그래서, 틈틈히 제작과 검수를 하는 과정에서 읽어 보았습니다. 우연치 않게도 저자 역시 저와 동갑이더군요. 이 친구가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대학생때 외상후 스트레스 질환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철학이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 끌리게 된 건 아무래도 이런 배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여러 가지 경우를 당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보면, 가장 어려운 시기(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에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라는 처방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제 3자의 입장을 취한 상태에서는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데 놀랄만큼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아직 현재 상태를 받아 들이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알고 있다고 여기는 관념과 제 3의 외부 상황으로 인해 처해지는 자신의 입장 사이의 괴리감에 고통스러워 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그 점을 매번 부각합니다.

자신의 잘 아는 것.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못한 범위를 구분짓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사람이 분노에 빠지고 무기력해 지는 건 우리의 통제 범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내몰렸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지 못했거나 잃었거나, 자신에게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이라든지. 이루지 못할 목표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느끼는 좌절감등.

많은 철학적 방법론과 그에 따른 담론들이 뒤따르지만, 이러한 자기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의연해 질것을 권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통제 범위의 것이 인간의 영역을 뛰어 넘는 신학적으로는 신의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 아마도 이런 마음을 가지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많은 마음적인 고통의 상당수는 바로 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욕구가 꺾였을 때입니다.

어찌 보면 “하쿠나 마타”나 “포기하면 편해”같은 것처럼 들리겠지만, 인간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도 크게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전자책 관련 업무에서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직시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회사에서 지정된 전자책 기획과 제작은 어느 정도 제 통제하에(놀랍게도 대리라는 직분치고는 타 출판사의 팀장에 가까운 권한과 책임이 지어지는)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외부적인 요건들. 예컨데, KPC와 츨판인회의 구성원들의 지리멸렬함이라든지, C출판사의 언행일치가 같지 않은 점(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들은 확살히 제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들이었습니다.

그 외부적인 요건을 이루는 사람들 하나 하나의 개인에게 제 의지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통제 범위를 설정한다고 해서 마음이 곧 편해지지는 않았습니다.-_-a 여전히 불편한.. 마치 지저분한 얼룩을 보는 듯한 개운하지 못한 점은 마음 속에 침전된 채였습니다.

다만… 이전에는 이 침전물들이 혼합된 형태로 탁한 상태였다면, 이 시점에서는 바닥에 가라앉아 분리된 침전물 덕분에 비교적 맑은 부분이 꽤 크게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 차이였습니다.

침전물을 제거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한 동안 이 책을 읽는 걸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통제 영역의 구분은 분리는 가능하게 해줬어도, 제거까지는 할 수 없으니까요.

한 동안 그대로 시간이 흐르고, 아시는 분은 들은 아시는대로 제가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ePub전자책 제작 방법에 관한 책이었는데, 이 책 출간 전후로 여러 강의와 기타 기회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러한 반가운 소식도 사실은 제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일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강의를 진행하면서 어느날 스치듯이 생각이 지나쳤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지금 늘어난게 아닐까?”

다시 펼친 책에서 이렇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는 것들에 보다 더 집중하라.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봐라. 실제로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그리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사실은 더 있었던 것입니다.
전자책에 관한 책을 쓴다던가, 여러 채널을 통한 의견 개진이라던가, 강의를 통해서 만나는 심적인 동지들과의 연대 의식 고취 등.

생각해 보면 통제 밖의 상황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되었던 걸 점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침전물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마음속의 맑은 물은 이전보다 더 많아진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청정도는 이전 시간보다 더 높겠지요. 침전물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통제 밖의 일입니다. 제가 거부한다고 해서 그러한 사실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러한 외부 상황드링 점점 상대적인 시각에서(제 3자들이라도) 옅어지거나 의미가 퇴색되게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내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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