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연금술사 – 서양판 구도 소설

한 편의 서양판 구도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책 표지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소설 속에 언급된 만물의 진리를 담은 에메랄트 판처럼.^^;

유명한 작가이기는 한데, 제가 독서량이 적은 관계로 쉽게 접해 볼 수는 없었던 작가였습니다. 뭔가 신비주의적인 소재를 많이 쓴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개인적으로 취향적인 차이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전자책으로 작가의 초기 고설 브리다를 읽었을 때도 뭔가 겉돈다는 느낌은 그래서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 연금술사는 역시 이래서 코엘류라고 사람들이 말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동양판 구도 소설이나 영화, 그 밖의 예술 작품들을 보면, 매우 장중한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신의 존재 혹은 절대 진리에 관한 접근성에 대해서 너무도 막중한 무게를 주인공에게 지워 주기 때문입니다. 시체말로 개고생을 다 한뒤에 “깨달았다!”라고 외치는 모습에서 “wow!”감탄사보다는 “죽도록 고생하고 저기 뭐여?…ㄱ-“라는 시니컬한 반응만 일으키는데, 매우 무거운 이야기로 시종일관 이끌어가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브리다에서도 느꼈던 불편한은 바로 이런 점이었습니다.

그에 반해서 연금술사는 매우 경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화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소설 후반부에 주인공인 산티아고를 이끌어주는 구루 역할인 연금술사의 화법은 경험 많으면서도 위트 넘치는 노인 수사들의 모습을 무척닮아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인데,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4의 오비완,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신부 등을 떠올려 보면 쉽게 그림이 그려질 것 같습니다.^^

소설은 보물 찾기(책 표지의 바로 그곳에 보물이 묻혀 있다라는…)라는 큰 얼개를 중심으로 젊은 양치기 산티아고가 겪게 되는 자아의 탐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소설 및 동화 작가 지망생으로서 느끼기에 매우 세련되게 보입니다. 두 이야기가 충동하지 않고 무리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들을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페이지가 쉽게 쉽게 넘어가면서도 그 안에서 작가가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경청하게 하는 힘을 느꼈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사족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소설 마무리 부분에 열린 결말로 놓아 둘 수도 있었겠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경쾌함에 비추어 본다면 시의 적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구도의 마지막에 깨달음을 얻었어도 속세에 초연하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결말은 그래서 이 소설이 가진 멋이라고 생각합니다.

jijabella

About 이 광희

이 블로그의 운영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