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전자책]스티브 잡스 전기

부제-한 사람의 중2병 환자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들…

회사 웹진에 올린 글(http://www.gilbut.co.kr/community/feelView.aspx?seq=29)의 원본입니다.

한 사람의 전기. 무려 9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내용. 게다가 영어라면?

많은 사람들이 900이라는 숫자와 영어라는 장벽에 벌써부터 한숨을 쉴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그걸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겠지요?

아마도 이것이 평범한(?) 위인을 다룬 전기였다면, 그러한 걱정이 꼭 기우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동시대의 아이콘이라면 어떨까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이전에도 이미 수 없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직접 감수하고 전기 작가에게 솔직하게 인터뷰를 한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왼쪽은 민음사에 놀러가서 선물받은 한국판 종이책, 오른쪽은 아이북스에서 프리오더 구입한 전자책>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일일히 열거하는 것은 그렇게 스마트한 방법은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이 지루하고 버겁게 보일 수도 있는 위인의 발자취를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흥미를 드리는게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중2병 찌질이?

<우리의 위대한 잡느님이 이런 찌질이었다고라? -출처 : 신세기 전기 에반게리온(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찌질한 주인공 이카리 신지>

추종자들에게 돌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는내내 배꼽잡는 부분은 스티브 잡스의 유년 시절부터 애플 초기, 최근까지의 다소 찌질 스러운 행동입니다.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다 보니 다소 어린아이같은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찔찔 짜면서 자기 부탁을 들어 달라고 떼를 쓰는 부분을 읽으신다면, 카리스마적이고 악마적인 매력의 그인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아이북스의 검색 기능으로 cry(울다)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무려 26번이나 나오는데.(decry와 중북된 건 제외) 대부분 그 주체는 스티브 잡스입니다…ㄱ-
제가 가장 빵터졌던 부분은 애플 초창기의 임원 배지를 나눠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워즈니악이 배지 넘버 1번을 받았고(당연 초창기에는 애플2가 제작/판매되었던 시절이었고 설계와 제조 상당 부분을 워즈니악이 담당했던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2번을 받았는데, 당연히(전기 작가인 아이작슨은 스티브의 성격을 묘사할 때 이 말을 상당히 자주 씁니다.) 우리의 잡스는 떼를 씁니다.
화를 내는 건 기본이고 울기까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울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는 이렇게 자기 마음에 않드는 상황이 발생하면, 여전히 화를 내고 난폭해지며 결국은 울면서 목적을 이뤄내곤 했습니다.(워즈니악의 부모로부터 사업자금까지 얻을 정도라면, 그의 울기 능력은 참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1번대신 그 보다 앞선 0번을 받고 흡족해 했다고 전기는 전하고 있습니다…ㄱ-

이렇게 찌질했던 사람이 과연 어떻게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완벽주의, 혁신을 사랑하는 도전 정신등을 꼽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찌질한 친구가 위대한 인물이 된 요소중 주변 상황에 더 눈이 갔습니다.

실리콘 벨리, HP와 함께 자란 유년시절
잡스가 어린 시절을 보낸 로스 알토, 실리콘 벨리 지역은 그의 유년기 시절부터 군용무기를 연구하기 위한 연구 단지가 조성되던 곳이었습니다.
옆집 살던 연구원 아저씨에게서 앰프가 필요 없이 소리가 중폭되는 탄소 송화기를 얻어서 놀던 장면이라든지, 워즈니악이 그 시절 막 개발되었던 MOS칩을 이용해 컴퓨터를 설계하는 등의 묘사를 보노라면, 이 친구들은 얼리 어뎁터 정도가 아니라 그 시절의 하이테크놀러지를 한꺼번에 흡수할 수 있었던 장소에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말콤 그래드웰의 “아웃 라이어” 에서 말한 1만시간 법칙이 생각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업초기 부품 조달을 위해 HP 사장에게 구걸할 수 (역시나 눈물을 흘렸을지도…)있는 환경은 여간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하고 축복받은 환경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잡스가 성장기를 보낸 60년대와 70년대초는 전자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날의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기반이 되는 트렌지스터가 숏스키 교수에게서 개발되고, 그의 제자들이 페어 차일드를 거쳐 인텔을 설립 현재까지오는 결정적인 사건들이 여기 저기서 터지던 시기였습니다.

한 편으로는 ‘퐁’으로 대변되는 비디오 게임계의 대부 아타리가 세워지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잡스의 첫 직장이 아타리였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벽돌깨기’ 제작에 관여된 것도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겁니다.
돌이켜보면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를 비롯해서 여러 전자기기에 몰두하게 된 것도 환경적이든 그의 선천적인 찌질함이든 우연적인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를 둘러싼 당시 환경에서 히피 문화와 더불어 대안 종교로서 오리엔탈적인 종교 탐험 역시 빠질 수 없을 겁니다. 한 시대의 사조 운동과 문화 현상에 대해, 짧은 지면으로 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가 심봉했던 선불교 수도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는 뉴톤과 아담의 사과이후 가장 위대한 사과를 발견하게 됩니다.


<히피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 아니었다면 애플 컴퓨터의 이름과 로고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를 둘러싼 환경적인 혜택이었다면 그의 업적을 너무 평가 절하하는 걸까요?

수많은 아버지와 동료들
오만하고 거칠고 버릇없는 스티브 잡스라고 할지라도,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은 있었습니다. 그는 생물학적 아버지를 거부했지만, 그 외에 자신에게 지식과 품성, 인생의 가치를 알려주었던 아버지들은 상당히 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그를 입양했던 양부 폴 잡스는 아들에게 완벽주의의 근본을 심어 준 것으로 보입니다. ‘훌륭한 목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도 좋은 재료를 써서 최선을 다한다.’라는 말은 이후 애플 제품들을 만들 때 늘 고수했던 철칙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쓸 정도로 철저한 태도는 아마도 선천적이기 보다는 폴 잡스의 영향력이 더 컸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많은 정신적인 아버지들이 있겠지만,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아버지는 아마도 아타리의 설립자 놀란 부쉬넬일 수도 있습니다.
난데없이 회사 로비에 처들어 온 당돌한 잡스를 직원으로 선발하고, 이후 여러가지 기행을 눈감아 주고 회사 경험을 쌓게 해준 것은 잡스에게 있어서 큰 자산이 되었을 겁니다.
잡스의 10대에서 20대 시절 묘사를 보면 “더럽다.”, “맨발”, “냄새난다.”, “누너기를 입고 있다.”등등이었는데, 그러한 외관이 아닌 내면적인 능력을 꿰뚫어 본 놀란 부쉬넬의 능력은 지금 생각해 봐도 경의롭기까지합니다.

스티브 잡스 하면 지금의 세대가 팀 쿡이나 조나단 아이브를 단짝으로 생각하겠지만, 제 세대(제가 좀 연식이 되었습니다…ㄱ-)에서는 단연 스티브 워즈니악이었습니다. 비록 넘버 1 배지를 빼앗겼지만, 워즈니악이 옆집 살던 어수룩한 친한 형이 아니었다면, 스티브 잡스의 신화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참으로 운이 좋게도, 워즈니악은 당대 최고의 전자 공학 엔지니어였습니다.

삼국지의 유비에게 관우, 장비, 제갈 공명이 있었던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인생에서 수 많은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결국 중2병 환자라도 환경만 좋으면 OK?
한 사람의 성공 신화에서 환경과 함께 중요한 것은 역시나 개인적인 능력과 의지입니다. 많은 성공과 더불어 스티브 잡스에게는 많은 실패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쉽게 그의 재기와 부활 신화를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이제 2등 배지는 커녕 축출까지 되었을때, 그가 느낀 참담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는 자신에게 비아냥되던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 11장에서 관련 에피소드를 설명합니다. 매킨도시 개발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에게 영감과 긴장감을 불어 넣었던 그의 카리스마적인 지배력을 빗대어 붙여진 별칭이었습니다.)을 스스로에게 걸면서 그 힘든 시기를 버텼는지도 모릅니다.


<에반게리온에게 AT필드가 있다면, 스티브 잡스에게는 Reality Distortion Field가 있다. -출처 : 신세기 전기 에반게리온 >

“괜찮아. 지금의 시련은 일종의 수행기간이야. 죽을만큼 힘든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 인도에서도 거의 죽다 살아 날뻔했잖아? 여기서 절대 끝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는 역사상 가장 성격 나쁘고 찌질하고 자기 중심적인 중2병 CEO 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세상을 바꾼 위인으로 등재된 것은 바로 이러한 단점안에서도, 혁신에 대한 기대와 열망, 열정, 낙관이라는 초인적인 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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