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비즈니스 발가벗기기

저에게 버진이라는 브랜드가 처음 각인되었던 것은 한 게임을 즐기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지금 봤을 때는 매우 촌스러운 옛날 고전 게임으로만 보일 테지만, 이 게임의 출시 이후 PC 게임의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의 원조인 ‘듄2’라는 게임입니다. 이후 RTS는 브리자드가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스타 크래프트로 현재의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러한 시발점으로서 듄2는 상당히 모험적이고 참신한 시도가 이루어졌었지요.

책 이야기 하다가 게임 이야기로 빠져버렸네요. 이 게임의 유통사가 바로 버진 미디어였습니다. 당시(고2… 네.. 공부안하고 “듄2 하셨습니다.”)에는 그저 특이하고 직설적인 회사구나라는 정도의 인상에 그쳤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외국 문물에 비교적 접촉할 통로가 적었고, 인터넷으로 다른 나라의 소식을 듣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시대였으니까요.

대학교 들어와서 미디어 교양 수업에서 이 회사가 음반 및 각종 미디어계에서 제법 이름 좀 날린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버진이라는 이름이 희미해 진게 벌써 10여년 가까이 되는군요. 이 책을 발견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지난 달 신입사원(직급은 대리이지만, 이직한 길벗에서는 외부에서 새로온 사원이라는 의미) 대상의 순환교육에서 약 일주일간 서점 영업 체험을 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강남 교보의 서가를 지난 중에 직설적이고 눈에 띄는 제목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제목부터가 “비즈니스 발가벗기기”라는 노골적으로 말학 있었으니 무리도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저는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에 조~~금(그래봤자 관련 전문가 분들에게는 우습겠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자가출판을 하면서 상당히 쓴 맛을 보고 있었고, 문제점의 원인으로 브랜드 전략의 부재를 통감하고 있었거든요.

이 책은 그런 제 욕구에 확실히 부응했습니다. 버진의 총수인 리차드 브랜슨(우연인지 이 아저씨가 이번달 방한한다고 합니다.)의 경험을 통해서,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어떻게 버진이라는 거대 기업이 설립되고 험한 길을 파혜쳐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버진은 현재 미디어 산업보다는 철도와 항공, 우주여행, 신재생 에너지 등에 집중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초기 출발시의 산업 분야와는 판이하게 다른 오늘을 걷고 있는 셈이지요. 이는 한국과 같은 문어발식의 재벌주의와는 다릅니다. 책 속에서도 브랜슨 회장은 회사의 성장기에 한국의 재벌식 경영과 일본의 회사 경영 방식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특화된 경영 전략을 세웠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이 괴짜 회장님이 내놓는 전략의 핵심에는 항상 브랜드 가치라는 것이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합니다. 이런 말은 여느 경제 경영서에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줍니다. 애초에 버진이라는 브랜드는 모험과 신개척이라는 경영 이념을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브랜슨 회장은 다소 돌출적이지만, 고공 낙하라든지, 스트립쇼(물론 중요 부위는 휴대폰으로 가리고…), 막무가내식 주요인사 찾아가기 등을 벌입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돈 많은 한 사업가의 개성강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브랜슨의 이러한 행동 다음에는 항상 “버진 그룹의 CEO 리차드 브랜슨”이었습니다.라는 말이 뒤따릅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남들이 하지 않은 무언가를 버진은 하고 있다는 것을 차곡 차곡 속에 쌓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행보는 다소 무리하게 보이는 사모 펀드 투자자들을 모아서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그의 모습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나타냅니다. 흔히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있는 마케팅이라는 말들을 많이들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버진의 도전사라는 스토리를 만들고, 이것을 바탕으로 버진이라는 브랜드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세계 유수의 회사들의 경우 이러한 공통점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연출한 “왕의 귀환”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애플, 벤처 기업에서 거대 기업 제국을 설립한 빌 게이츠의 열정적인 도전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그 어떤 회사도 받아 주지 않아서 스스로 회사를 설립한 구글의 창립자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들의 스토리는 자신들이 설립한 브랜드에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진의 이러한 모험적인 기반을 보면, 단순히 용기를 가장한 만용에서만 비롯되지는 않습니다. 버진 그룹은 수 많은 그렇지만, 버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작은 회사들이 마치 모듈화된 단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서 모듈의 설계를 지향하는 이유는, 일부 모듈의 이상 발생시, 다른 모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최소화 하고, 원인 발생을 최저 리스크 단계에서 발견해 해결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기업에 적용했을 때, 버진은 일부 모듈형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더라도, 다른 크게 남은 회사들의 상호 보완적인 공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갑니다. 최악의 경우에 회사를 정리하더라도, 피해는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반을 공고히 한 상태에서 버진은 많은 모험들을 떠납니다. 이것은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개인으로서 한 번 벤치마킹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도전과 선택에 맞닥트리게 됩니다. 그리고, 항상 그 도전과 선택을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늘 자신에게 면죄부와 변명거리를 던져주곤 하지 않나요? 이걸 할 경우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될까? 과연 선택했을 경우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등등…

이러한 생각의 기반에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 안되는 성과물에 너무 많은 것들(재력이로나 정신적으로나)을 바라고 깊히 묻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 조금은 거리감을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책 말미에는 호기로운 선언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우리 동양인들의 눈에는 다소 겸손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국 사업가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이 정한 도전의 길을 끊임없이 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버진 갤럭틱에서 제공하는 우주선을 타고 우리는 화성에 갈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저 위에 나온 게임처럼 행성을 개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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