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전자책 업무 사항을 돌아보며

출처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jijabella/18350458)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2014년도에 돌입했네요. 출판사에 입사한 뒤로 매년 적어 왔던 것처럼 올해도 한 해를 돌아 보는 글을 남겨 봅니다.

개인적인 업무 사항에 관련되기도 하지만, 관련 업계의 연관된 이슈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 글이 전자책을 비롯한 출판계의 디지털 사업 전반을 두루 아우를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시각과 정보 제공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 팀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입사원인 방혜수씨가 정식으로 합류했고, 앱을 담당하던 노이영 과장님과의 팀 구성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습니다. 정식적인 인사 발령은 아니고, 명목상으로 연배가 많은 제가 팀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지라 여러가지로 충돌한 면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팀원들이 마우스질하는 것 조차도 밉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팀장이라는 자리가 해야 될 역할에 대해서 고민해 봤습니다. 이 자리는 팀원들에게 굴림하는게 아니라 도우미의 역할을 하는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울러, 아무리 제가 제시한 방법이 가장 낫다고 하더라도, 팀원들이 최악의 방법을 내지 않는 이상 무조건 막아서는 않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들도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곧 최상의 방법을 찾고, 그에 따른 자문을 요청하는 순으로 일이 진행되는 걸 보았습니다. 제가 바라던 프로세스는 아니지만, 일을 완성해 나가는 또 하나의 방법도 있다는 걸 깨다는 한 해였습니다.

팀장이 되고 그나마 좋았던 건, 서점/유통사를 비롯해서 거래 업체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더 나아졌다는 점입니다. 대리/과장이었을 때와 확실히 마주서는 위치 차이가 있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들 진급하고 싶어하는구나…-_-a

내년에도 팀원들과 많은 갈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데 그런 갈등 없이 스무스하게 흘러갈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배우는게 나이 먹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4년에는 저를 포함해서 세 명이 각각 카테고리 영역을 나눠서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갈 예정입니다.

저는 IT 부분과 어린이 학습 도서를 맡게 되며, 노이영 과장님께서는 경제 경영, 인문 단행본(더 퀘스트), 취미실용 도서, 어린이 교양쪽을 맡게 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방혜수 사원은 길벗 이지톡의 어학서 전반을 책임질 예정입니다.

사실상 ePub으로 나오지 않는 도서는 이제 어린이 학습과 취미실용 도서들 뿐일 겁니다.

협력 업체분들과 업무 협의를 기획하시는 분들은 해당 담당자와 업무 영역을 확인하시면, 저희와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2. 앱시장의 붕괴와 그에 따른 변경 사항들
2013년, 앱 시장은 어려웠다는 게 중론인것 같습니다. 특히나 출판사에서 내놓는 앱들은 더욱더 어려운 시기를 보낸 한해였습니다. 앱 매출의 하락은 2012년도에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 보다 훨씬 더 가혹했었습니다.

때문에 앱 개발 업체들과의 협업도 그렇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앱 개발 업체들은 앱 개발을 위한 오소링툴(하지만, 최종적인 완성과 판매는 여전히 개발업체를 통하는 방식-개발사와 수익쉐어)까지 내놓고 출판사 영업을 돌기도 했던 한해였습니다.

2014년에는 앱 시장과 이에 기댔던 출판사와 개발사들이 더욱 더 힘들어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도에 저희는 아마 스마트폰용 앱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예외적인 이슈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앱 개발과 판매는 큰 이익을 주는 시장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윗선에서는 앱북은 그래도 하자는 입장이며 이에 대한 계획들을 내놓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앱북조차도 내년에는 힘들거라고 봅니다. 매출과 시장 사이즈가 준다면, 이익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는데, 현재 기획을 비롯해서 프로그래밍, 마케팅을 전부 개발사들에게 맡기는 구조에서는 출판사가 시도해 볼만한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출판사 내부에 앱개발자를 채용하는 것도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무리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ePub3 뷰어가 전반적으로 확대된다면, 더 이상 현재의 앱북 수준으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뷰어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지만, 여러 서점/유통사들에서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앱북의 미래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3. 카카오 페이지의 예견된 실패. ePub 전자책으로의 가속화 추진 계기가 되다
아직 판단이 이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 카카오 페이지는 실패했습니다. 매출도 미비하지만, 근본적으로 콘텐츠를 보는 시각이 출판사와 너무 달랐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시스템 자체도 너무 안일하게 만들었던게 아쉬운 점입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는 카카오 페이지의 에디터는 웹 기반의 블로그 에디터기능들이 지원되었지만, 그다지 쓸모가 없었습니다. 올려진 콘텐츠 내용이 지워지거나 엉망으로 깨지는 게 다반사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콘텐츠를 제공하던 출판사와 제작자들은 PDF나 이미지로 각 페이지를 만들어서 올려야만 했습니다.

이것은 곧 스마트폰 사이즈의 조판(종이책에 준하는)을 새로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저희는 이 사항을 감안하면서까지도 일을 진행했지만, 매출은 너무도 참혹했습니다.

주변 출판사들 중 월 매출이 10만원이 넘었다는 곳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종이책에 준하는 리소스 투입에 비해서 저조한 매출은 다음 아이템의 개발에 큰 장애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연말까지 아이템을 늘려 보려 많은 건의를 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조판해 둔 PDF를 기반으로 Fixed-Layout ePub을 제작해서, 조금이라도 비용 세이브를 해보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더 이상 카카오 페이지를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대여와 거의 유사한 과금 체계까지 나오면서 출판사들은 카카오 페이지에서 완전히 등을 돌린것 같습니다. 그들이 원했던 건 해당 콘텐츠에 대한 1:1 판매분에 대한(콘텐츠의 제값을 받는 다는 취지에서) 과금체계였지만,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장에 필요한 매출과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회원을 유치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한 입장 차이가 결국은 서로 등을 돌린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 판협지들 계열의 장르소설들이 카카오 페이지에 안착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 소식만으로는 단행본 출판사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런칭 초반에 이야기되었던 카카오톡과의 연계가 되지 않으면서, 회원들에게 노출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게 아쉽습니다. 여러 시스템들의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노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저희는 카카오 페이지를 진행하면서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싸게 콘텐츠를 내놓고, 이를 위해서 콘텐츠를 분할하는 시도도 해봤지만, 사람들이 정말 원했던 건 그런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격을 낮춤으로서 수익성의 악화만 가져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카카오 페이지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다면, 당분간 길벗은 카카오 페이지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안녕하지 못한 전자책 종사자들
2013년만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전자책 업무를 하는 출판사내의 담당자들과 출판사의 전자책 제작 의뢰를 받는 제작 업체들은 갖은 차별과 어려움들을 겪어 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 단가입니다. 적절한 제작 단가 책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작업체는 물론, 출판사내의 담당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진흥원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어 전자책 제작비로 받는 비용은 25만원에 불과합니다.

저희 제작비를 완전히 오픈하기는 어렵지만, 시험적으로 중국쪽에 맡겼을 때 나왔던 제작비는 권당 50만원이었습니다. 현재 우리 한국의 담당자들은 중국보다도 못한 제작비로 전자책을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도 전자책을 단추만 누르면 나오는 것. 전자책 담당자들은 낮은 임금으로 부려 먹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자책 제직비가 저렇게 나오는 걸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전자책 담당자들과 업무 관련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입니다.

전자책을 만드는 건 단순히 HTML 코딩만 관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선후 데이터 형태의 가공 처리부터, 종이책을 만들었던 도서 데이터의 보관및 차후 개선 방향 제시까지. 많은 일들을 해야 합니다. 또한, 책으로서 가치를 가지기 위한 편집 디자인 영역까지 건드려야만 합니다.

저와 같은 전자책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이런 업무 영역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 안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저 역시도 사내에서 이에 대한 평가가 박한 분들과 대화를 할 때 살의를 느낄 정도입니다. 그 자리에서 주먹을 날리고 싶었던 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과장님이 책에 대해서 뭘 알아요?”
“편집이란게 뭔지 아세요?”
“책에 대해서 잘 모르시면 시키는대로 하세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출판사내의 담당자들이 이런 소리를 듣고 있을 겁니다. 한 서점 관계자는 이런 처우에 대해서 저에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잘 해도 출판사에서는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너는 단지 그들이 필요에 따라서 고용한 용병에 불과할 뿐이니까.”

2014년도에는 부디 이런 생각들이 많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5. 협력 업체 발굴과 문제점 공유의 필요성
올해는 다이피아뿐만 아니라 파인북스와 이북스펍과의 제작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전자책 분야 담당인력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라 제작량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올해까지 제작한 ePub 전자책 누적 수량은 420권입니다. 년 평균 100권이 넘는 전자책이 제작된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전자책 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기준에 맞는 제작업체들을 찾는데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html태그에 대한 이해와, 저희가 시안을 잡아서 준 사항에 대한 이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에서 업체를 선정하는 자체도 어려웠지만, 그런 능력을 지닌 제작 업체들이 사실상 현재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도 비록 그렇게 넉넉한 제작비를 책정해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할 말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만큼 이런 업체들을 점점 찾기 어려워진다면, 저희와 같은 전자책 담당자가 없는 출판사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제작사와의 협력체계는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시한 작업을 완수하는 기계적인 관계가 아니라, 더욱더 나은 책을 만들기 위해 의논을 할 수 있는 파트너 관계가 필요합니다.

제가 만났던 전자책 제작업체분들(아직 저희와 협력 관계가 아닌)중 일부는 간혹 위의 세 회사들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길벗처럼 적정한 제작비를 보장해 주고, 명확하게 시안과 작업 지시를 내려주며, 한 번 제작해서 납품된 전자책에 대한 재 수정은 거의 없는 상황은 출판계에서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을 스스로 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지만, 그보다 더 민망한 것은 현재 출판사들이 얼마나 전자책 제작 업체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가입니다.

저는 현재 저희 길벗이 하고 있는 사항도 협력 업체들에게 그렇게 만족스러운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보다 현실적인 제작비 책정과 작업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에 대한 고민이 2014년부터 각 출판사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글을 통해서 협력업체 분들께 올 한해도 도움 주신데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가는 데 항상 힘을 보태주신 점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6. 손잡이 시리즈 완간

손에 잡히는 과학 교과서 20권과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20권(일명 손잡이 시리즈)을 전자책으로 완간했습니다. 방혜수 사원이 입사하자마자 고생하면서 달라붙은 프로젝트 결과물입니다.

아직 전자책 시장에서 어린이 도서 부분은 성장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대비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자책 판매 경험을 비춰 봤을 때, 시리즈형 도서(시나공, 무작정 따라하기, 상식사전 등)들이 어느 정도 전집에 준하는 수량으로 올라섰을 때, 매출이 발생했던 걸 감안하면, 이 아이템 개발을 선택한 건 타당했다고 봅니다.

다만, 유아, 어린이 도서의 특성상 전면 풀 이미지가 채용되는 Fixed-layout ePub을 지원할 수 있는 서점/유통사가 거의 없다는 게 개발 초기에 발목을 잡았습니다.

다행인 건 2/4분기쯤에 네이버에서 ePub3 뷰어에 대한 개발 소식이 있었고, 그에 따라서 다른 서비스 업체들이 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당장의 판매보다는 2014년도를 대비해서 가까스로 제작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허가를 받고 만든 만큼 완간되었을때 참 기뻤습니다. 비록 저는 직접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건 아니었지만, 한 권 한 권 완성된 도서들을 아이북스에 등록할 때마다 뭔가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그래서 이런… ” 시리즈도 차곡 차곡 그 라이브러리를 쌓아가고 있어서, 곧 길벗스쿨의 어린이 교양 도서들도 매출이 급격히 오르는 포인트에 점점 다가가고 있습니다. 2014년도에 뷰어 성능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향상된다면, 기대해 볼 만 합니다.

7. ePub3… 그 고도를 기다리며
ePub3가 뭔지도 모르면서 올 한해 출판계에서는 ePub3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기존 ePub들은 텍스트나 이미지 정도만 내놓는 반쪽짜리 전자책이라며 혹평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자책 시대에 맞는 전용 콘텐츠인 ePub3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들은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표분들 치고 ePub3가 뭔지 제대로 아시는 분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대표님들이 생각하시는 ePub3가 뭐냐는 질문에는 기존 종이책이나 전자책과 다른 무언가라는 이야기만 하셨지, 정말 ePub3가 뭔지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ePub3 전자책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현재 서비스가 가능한 플랫폼이 아이북스와 구글북스 정도인데, 과연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생각은 하신건지 의문입니다. 설사 ePub3가 가능한 플랫폼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ePub3 전자책을 만들기 위한 인력과 거기 들어가는 멀티미디어 소스들은 어디서 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신 분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저희 같은 어학서를 내는 실용서 출판사들은 ePub3 형태가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에 mp3도 전자책에 임베딩되서 들을 수 있다면, 별도로 다운로드 받지 않고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동영상도 마찬가지고요.

ePub3에 의한 Fixed-layout만 되어도 상당수 어린이 책들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4분기에 네이버의 ePub3 개발 소식과 함께, 해당 회사의 개발자들에게 저희 도서의 샘플들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때 당시 실질적으로 가동되는 ePub3 파일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네이버의 ePub3 뷰어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재는 많은 부분 개선된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개발 과정에서 알아낸 이슈들을 해결해 간 것도 네이버 측으로서는 큰 이점이 될거라고 봅니다.

가장 먼저 용량 문제에 대해서 인식을 했을 거라는 점입니다.
ePub3 전자책에 멀티미디어 파일들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용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북스 어서로 만들어진 상당수 텍스트북들이 현재 1기가를 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임베딩된 멀티미디어 소스들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국내 서비스 업체들이 용량에 대해서 효과적인 대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겨우 30~50메가 선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책중 하나인 “엑셀&파워포인트 2013 무작정 따라하기”는 교보에서 PC 뷰어로만 볼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1200개가 넘는 이미지들 때문에 400메가의 용량을 가짐) 일부 업체에서는 뷰어와 자체 DRM이 견디지 못해서 서비스가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앞으로 ePub3를 서비스하게 된다면 용량에 대한 이슈가 계속 제기될 텐데, 이에 대해서 고려를 하는 서비스 업체들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는 개발 과정에서 저희책의 고용량들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2013년 이후에 길벗에서 나온 신간(종이책 기준)들은 단순 텍스트 위주의 도서들이라도 ePub3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ePub3 뷰어에 대응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내에는 ePub2 형태로 제공되지만(멀티미디어 리소스가 제외됨), KPC에도 앞으로 일을 위해서 이미 ePub3 버전들을 등록해 두었습니다.

개발을 진행중인 서점/유통사들은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ePub3의 모든 기능이 단시일내에 구현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며, ePub3 스펙 조차도 아직은 현재 진행형중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바라는 기능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MP3 / MP4 동영상과 음원 재생 기능 : 어학서들에서는 굉장히 필요한 기능입니다.
2. Fixed-Layout : 어린이 도서를 비롯해서, 디자인 계통의 도서들에게 필요합니다.
3. 허용 용량 1기가대 : 텍스트외에 미디어소스에 대한 독자들의 요청이 많아질 것입니다. 또한, 디바이스에 고해상도 LCD/AMOLED 이 채택되고 있기에 이에 따라 도서에 쓰인 이미지도 큰 해상도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1기가 정도의 허용 용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북스 뷰어앱은 2기가까지 보장하며, 테스트에 조건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용량도 가동되었습니다.

8. 리딤코드 이벤트 진행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아이북스 리딤코드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북스가 가장 표현력이 높은 뷰어이며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 스토어가 열리지 않은 관계로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미국 계정 생성 등)이 많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독자분들의 더 나은 전자책 경험을 높히고자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여건상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할 수 없었고, 제 블로그를 통해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어려움도 조금 있었습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서 진행하다 보니, 제가 낸 책에 대한 문의를 해당 이벤트 채널로 하시는 분도 계셨고, 이에 대해서 정리를 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벤트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제대로 된 전자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표명해 주셔서, 담당자로서는 기뻤습니다. 독자분들이 원하시던 게 멀리 있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내년도에는 이에 대해서 조금 더 보강을 할 생각입니다. 도중에 한국 스토어가 열린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를 통해서 더 다은 전자책 경험을 독자분들이 알아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9. 교보 문고와 KPC의 계약… 씁쓸한 뒷맛…
9월 중순 경에 교보와 KPC의 MOU가 체결되었고, 이어서 10월 초에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담당자들은 그렇게 빠르게 진행된 사항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전례를 봤을 때 서비스 회사들과 KPC간의 양쪽 DRM 연동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KPC는 교보의 파수 DRM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공문을 각 출판사 대표분들과 담당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서비스가 그토록 빠르게 이루어진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 공문 발송 시기는 교보의 서비스가 시작된지 보름이 훨씬 지난 후였으며, 저와 같은 담당자들은 그때까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서점/유통사 담당자들에게 들은 바로는 7월 정도에 이미 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어느 정도 합의를 해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타사들의 불만도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저는 KPC가 DRM으로 무리수를 많이 두고 있다는 지적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KPC는 결국 이번 교보와의 서비스 협의 과정에서 그것을 인정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에 교보에 판매하지 못한 전자책 매출을 손실로 본다면 과연 이게 얼마나 큰지 그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교보의 판매 확대로 저희는 매출 증가 효과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판매량이 상당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3년 동안 기다린 교보를 통한 판매 소식이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으며, 막판까지 담당자들에게는 많은 부분을 숨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해당 사실을 확인했을 때, KPC측에 ‘괜한 오해를 사기 전에 빨리 출판사들에게 알리는게 좋다’는 의견을 드렸습니다. 그 이후에 일주일 정도가 지난 다음 공문이 내려온 게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정도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에 자신이 없었던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2013년에 가장 입맛 쓴 경험중 하나였습니다.

10. 구글북스 계약… 확실히 KPC는 걸림돌 하나는 잘 했다…-_-b
구글 북스에 들어가야 할 이유가 몇 개 있었습니다.
아이북스를 제외하면 그나마 ePub3가 돌아가는 플랫폼이였으며, 안드로이드에서 구글을 통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전자책 등록에 따른 본문 검색에 의한 종이책의 검색 노출 효과도 고려한다면, 이 플랫폼에 올라타지 않는게 바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2012년도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도 올렸는데, 아마도 위에 계신 분들에게 그렇게 썩 달가운 의견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전자책 판매채널의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에 대한 근거가 있었고, 이에 따른 계획도 있었기에 구글북스에 대한 계약 진행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담당자는 생각보다 굉장히 열려있는 마인드였고, 무엇보다도 출판사에 대한 배려가 국내 서비스업체들보다 더 나아 보였습니다.

“전자책 에러 체크를 통과한 뒤에, 전자책 표현이 잘 되지 않는 건 우리 뷰어와 시스템의 문제로 보고 개선을 할 것이다.”

당시 구글쪽 담당자에게 들은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타의 국내 서비스 업체들이 용량처리나 뷰잉 능력의 부족을 출판사에 떠넘겼던데 비해, 구글은 확실히 다른 자세라고 느꼈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 만 같던 계약은 사장님의 한 마디로 거의 동결되어 버립니다.
“KPC가 구글과 계약을 하기로 했으니 기다려 보자.”

그리고, 그 기다림은 12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예전에 KPC의 본부장을 맡았던 분이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우리는 잘하는 건 하나도 없지만, 남의 걸림돌은 잘 할 수 있다.”

확실히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상반기에 나왔던 계약건은 2013년이 다 가도록 홀딩되었고, 길벗의 ePub3 전자책은 아이북스 외에는 제대로 독자들에게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그에 따라서, 더 많은 가능성 있는 도서 개발도 중지되거나 늦춰졌습니다.

매출도 더 늘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2014년에도 이럴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코보, 킨들, 아이북스와 진행중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KPC가 “할 수 있다”는 설레발을 칠때마다 많은 가능성을 놓치게 될까 두렵습니다.

11. 개인적인 사항들
일하는데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일들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할아버지의 땅이 발견되서(드라마처럼) 생각지 않던 돈이 집안에 생겼습니다. 그 돈을 바탕으로 집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돈의 흐름이 예상과는 다르게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비즈니스 역시 그런 바탕으로 돌아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돈이 생겼다는 사실 보다는 큰 돈 흐름이 이렇게도 가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게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행운이 있었던 반면에 어려운 일도 있었습니다.

동생이 난치성 희귀병에 걸렸고, 암까지 발병했습니다. 두 차례의 수술이 있었지만, 결국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동생은 저보다 많은 가능성을 보였고, 이를 통해 많은 걸 이룩해 냈지만, 병이라는 예견되지 못한 불행은 많은 걸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재산, 재능, 사회적 지위들은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것들이 절대적이지도, 영원하지도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병뿐만 아니라, 자연 재해와 전쟁, 사회의 흐름 같은 우리 외부의 힘은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도 영속성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이 일에 대해서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도해 보는게 나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더 많이 집중하고,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하고, 그렇기에 더 많이 화를 내려고 합니다.

어쩌면 내일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jij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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