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해를 보내는 eBook탐정의 소회(2)

출처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jijabella/18350180)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미 2011년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나 간 2010년은 저에게 있어서 잊지못할 한 해였습니다. 많은 분들을 뵐 수 있었고, 그 분들에게서 이제까지 배워온 것보다도 훨씬 많은 지식과 경험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한 해의 마지막까지 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제가 이직한 회사는 때 마침 전자책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고 고려중이었고, 그에 따른 재반 사항이 타 출판사에 비해서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좌충우돌(지금도 그렇지만…)하면서, 회사내의 많은 분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지나간 2010년에 어떤 사고(?)들을 쳤었는지, 그리고 어떤 도움의 손길들과 행운이 있었는지 적어 보겠습니다.

1. 이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야?

8월 초에 입사했을 때 당연하겠지만, 직원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새로운 얼굴이 보이니 여러 가지 궁금증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전학생 맞이하는 분위기랄까요?^^; 다들 제가 전자책을 맡는 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몹시 궁금해 하셨었습니다. 그와 함께, 제 전직에 대해서도 함께 궁금하셨겟지요.

전직을 말씀드리면 상당히 당황해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자책이라면 의례 코딩을 하는 프로그래머도 아니었고, 콘텐츠 기획자도 아니었으니까요.

“반도체 패키지를 만들다 왔습니다.”

“우왕~… 님아 그럼,하얀 옷 입고, 하얀 마스크 쓰고, 매의 눈으로 판때기(웨이퍼-반도체 칩 수백개 이상이 제조되어 붙어있는 원형 판.)를 보던 거였어요? 근데 어쩌다가 전자책 하시게 되었어요?”

뭐 이런 패턴이었습니다. 이력으로 봤을 때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람이 왔기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우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오게 된 이유중 하나는 조직의 신선한 충격을 위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이전 회사에서도 느낀 거지만, 회사의 구조와 규모와 관계없이 시간이 지나면 상당히 경직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 제가 근무했던 곳은 PDP가 평판 패널에서 득세했던 시기에는 앞서 가던 업체였습니다. IMF이후 한 동안은 모기업을 먹여 살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과거의 영화에 너무 빠져서 시설투자나 인재 배치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은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까지 빠지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12월 30일 마지막 종무식을 마치고 사라졌습니다.

경영자분들은 항상 조직의 쇄신을 원하지만,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겁니다. 특히나 외부에서 봤을 때 출판사는 매우 경직되고 고루한(뭐.. 외람된 말씀이지만) 곳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럴 것입니다. 결국 조직에 적당한 충격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는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서 생기는 약간의 긴장감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길벗은 그런 점에서 새롭게 사람을 원했고, 운좋게 제가 합류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분들 중 면면을 보면 일부 분들은 저 못지 않게 외부 분야에서 경력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최근에 트위터에서 모 사장님의 독백 트윗을 보면서, 리더이 고민을 약간이나마 읽고 있는데, 이것이 오버랩되더군요.

2. 전자책 제작을 위해 준비되었던 기반들 – (1)DB

업무를 진행하면서 회사에 상당히 많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부분 상당수를 이전에 정욱희 실장님이 해 오셨더군요. 제작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건 도서 제작 DB의 존재였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제까지 출간된 책 대부분의 데이터를 실장님이 차곡 차곡 보관해 오셨습니다.

한 권의 책에 관한 DB에는 쿽(최근 제작된 책들은 상당수가 인디자인)파일과, 원본 이미지, PDF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상당수 출판사들이 DB가 없어 전자책 제작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저는 그런 점에서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가끔 전자책 관련 세미나로 출판사 관계자 분들을 만나면, 일부 분들은 이에 대한 개념조차도 거의 가지고 계시지 않아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애플비의 김석 팀장님이 이에 대해서 이전부터 주장을 해 오신걸로 아는데, 막상 업계에서 귀담아 들었던 분들은 적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해당 자료를 이용해 전자책을 제작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문제점과 프로세서 정립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DB에 들어 있는 각 파일들의 문제점과 효용 방안에 대해서 작으나마 노하우를 가질 수 있었다는게 올 한해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출판사의 관련 업무 담당자분들은 이 단계에서부터 상당히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먼저 준비를 해 주셨던 정욱희 실장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3. 전자책 제작을 위해 준비되었던 기반들 – (2)디자이너들의 이력

제가 들었던 일부 소문으로는 북디자이너분들이 전자책에 대해서 두려움과 미움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은 아니겠지만, 전통적인 북디자이너분들에게 판형이 깨어져 나가는 ePub은 미지의 막연한 공포로 다가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전에 익혀 왔던 기술과 경험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길벗의 북디자이너분들은 상당히 재미있는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디자인 부서의 장이신 이근공 실장님은 모 속옷 의류 업체 디자인 경력을 가지고 계시고, 윤석남 팀장님은 웹디자인 이력이 있으셨습니다. 그 외의 다른 디자이너 분들도 그에 못지 않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북디자이너의 길만 걸었던 분들이 아니라서, 전자책(특히 ePub)에 대해서 설명드리기는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오히려, 만약, epub이 HTML/XML 기반이라면, 웹페이지와 같은 동영상과 인터렉티브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하실 정도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다시피 ePub은 현재 제한된 XML태그만을 쓸 수 있고, 그나마도 국내의 상당수 뷰어(프로그램, 디바이스 모두)들이 제대로 그 태그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전자책에 대한 독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들이 뭔가 시도를 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어로 ePub을 만들 경우 폰트의 미지원으로 이탤릭과 굵기 등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좌우, 중앙 정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어떤경우에는 먹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따라서, 정렬 부분은 잘 쓰지 않게 됩니다.)

디자이너들이 제가 만든 ePub(“소설로 배우는 주식투자”가 길벗에서 최초로 자체 제작한 ePub전자책입니다.)을 처음 대했을 때는 그 제한된 사항에 기가 질려 있었습니다. 도저히 디자인의 시도가 뭐고 할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소설로 배우는 주식투자”는 그래서, 한 달간의 제작 기간이 걸렸습니다. 디자인 시안의 제안과 반복적인 제작과 검토가 한 달을 훌쩍 넘겨 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뷰어들에 대한 공통 사항 만족과 함께, 미래적인 관점에서 기준으로 삼을 뷰어 역시 정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길벗에서 자체 제작한 책들은 이분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소설로 배우는 주식투자 초기 모습]

[취업 상식사전 : 해당 레이아웃 판형은 단말기와 뷰어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면접 상식사전 : 해당 레이아웃 판형은 단말기와 뷰어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상식사전 : 해당 레이아웃 판형은 단말기와 뷰어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 의식주 : 현재 제작 중]

아직 국내에서 전자책 제작 경험은 유통사든, 출판사든, 외주 제작 업체든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북 디자이너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상당히 어려운 길을 갔을 거라고 봅니다. 최대한 심플한 것을 중점으로 잡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코드와 태그도 여타의 유통사 외주 제작 전자책 보다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줄어든 코드는 제작 과정에서 비교적 빠르고 손쉬운 수정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후 분책이나 검색 DB 제작에도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결과는 디자인팀이 웹에 대해서 접근성이 비교적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의사소통에서 별다른 어려운 없이 쉽게 제가 원하는 책의 형태를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길벗의 전자책이 최고 수준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여느 책들에 비해서 정성이 많이 들어가 보인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디자이너분들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작과 기획을 하는 저로서는 상당히 강력한 지원군이었습니다.

4. 전자책 제작을 위해 준비되었던 기반들 – (3)길벗은 현재 시스템 개편 중…

제 책상위 풍경입니다. 넷북, 외장하드, 아이패드, 갤럭시 탭, 그리고 아이맥 컴퓨터가 보입니다. 올 한 해동안 단단히 신세 진 녀석들입니다.^^; 회사 컴퓨터 상당수가 아이맥으로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편집자 분들은 크게 상관없는 부분이겠지만, 일부 IT관련 편집자들은 필요 요구에 따라서 해당 컴퓨터로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디자인 팀과 제가 속한 디지털 콘텐츠 팀은 전원이 바뀌었고요. 우습게도 처음에 저는 이 컴퓨터를 킬 줄도 몰라서 엄청 당황했었답니다.^^; 지금이야, 필요하면 제작 작업을 위해 부트캠프 기능으로 OS X(맥용 OS)로 들어가서 합니다만…(보통 포토샵, 인디자인,아크로뱃등을 동시에 띄워 놓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전자책 자체뿐만 아니라 앱 개발과 같은 2차 파생 콘텐츠를 만들 때도 쿽은 상당히 장애가 따르는 포맷입니다. 그 폐쇄적이다 못해 고루한 비호환성은 작업을 매우 더디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전에 언급드렸던 대로 호환성 문제로 전자책 제작 과정에서 폰트의 누락과 오류등도 있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회사에서는 인디자인 체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협력사인 조판업체들 상당수가 쿽을 고수하고 있지만, 회사내에서는 이미 인디자인 체계가 자리잡힌 상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먼저 있었던 선배 사원분들이 상당히 힘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신간은 대부분 인디자인 체제로 작업하고 있어서, 전자책 제작에 수월한 면이 있습니다.(구간은 여전히 과거 쿽 데이터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앞으로 제작하게 될 신간 전자책은 상당히 빠르고, 미려하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책과 인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책 제작 소요 시간을 보면, 비교가 불가할 정도입니다. 초등학생과 대학생의 달리기 시합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 이미 관련 준비 작업이 마무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에는 상당히 다양한 책들을 쉽게 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5. 호랑이가 없는 곳에 여우가 왕이다…

외부에서 저를 평가할 때 가장 부끄러운 건 제가 말씀하시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문적인 프로그래머나 콘텐츠 기획자도 아니고, 출판 경험이 없다 보니 실제 관련 업무의 깊이는 다른 분들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다만, 그 동안 써 왔던 전자책 관련 블로그 글과 언론에 가끔 언급되었던 탓에 관련 분야 분들이 좋게 봐 주신 덕이 큽니다. 저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글을 잘 남기시지 않아서, 덕분에 제가 그 자리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도,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행동을 보여주는 표현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전문가이신 분들은 상당히 과묵하신 경향들이 있습니다. 빈수레가 요란해서 조금 짐을 지고 글을 요란하게 글을 써 왔던게 저를 일명 ‘전자책 전문가’로 보이게끔 만든 것 같습니다.

SF계의 평론가인 박상준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도 SF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내가 조금 관심을 가졌더니만, 내가 SF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

저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도 전자책에 관해서 블로그 글을 많이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자가 언제 올지 몰라서 여우는 걱정을 조금 하고 있습니다.^^;;

6. 2011년에는…

이제는 학생의 위치가 아니라 업무를 위한 파트너로 전자책 종사자 분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는 운으로 버텨왔지만, 올 한해는 정말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그 간 제가 이 시장에 대해서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제 작으나마 조금씩 보답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그 귀한 시간을 내셔서 저에게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올 한해 전자책에 대한 어떤 이슈가 벌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아울러, 현재 기획하고 진행하는 책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결과보다는 언제나 도전할 수 있는 목표와 과정이 눈앞에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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