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반기 전자책 시장에 대한 감상평

출처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jijabella/18350129)

2010년 6월도 이제 중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1년의 반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과연 전자책 회사(단말기, 서비스, 출판사 모두 포함)들은 어떤 길을 걸어 왔을까요?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아닌 순전히 독자의 입장에서 한 번 적어 볼까 합니다. 아마도 독자라는 관측상의 한계로 일부 내용은 다를 수도 있을거라고 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독자라는 제 한계를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1. 갑자기 늘어난 전자책 단말기 풍년… 그 뒤에 도사린 아이패드.
2010년 상반기에서 아이패드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겁니다. 다른 IT 관련 업계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아이북스라는 서비스를 들고 나온 아이패드는 기존 전자책 시장에 큰 위협을 주는 존재로 각인되었습니다.

상반기에 우리는 많은 수의 전자책 단말기를 만나게 됩니다. 2009년 후반기에 나온 스토리 EDU버전까지 합치면 무려 7개나 출시되었습니다. 스토리 EDU, 스토리 W, SNE 60/K, 비스킷 단말기, 북큐브 단말기, 페이지원, 누트3등.
스토리의 바리에이션을 하나로 합친다고 해도, 무려 6개로 한달에 한 모델 꼴로 발매된 셈입니다. 이러한 단말기 발매 러시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술적인 성숙기의 완료라는 점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저는 아이패드의 출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사를 포함해서 단말기 제조업체까지 겉으로는 아이패드가 다른 영역을 가지고 갈 것이다라는 말들을 했지만, 알게 모르게 지금 다들 아이패드용 뷰어와 앱을 개발중입니다. 아이패드가 발매 되고 난 뒤에 기존 e-ink 단말기의 위상이 상당수 깎일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독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로는 수 많은 단말기들의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1차적으로 넥스트파피루스(구 대성하이텍)의 페이지원이 최초로 10만원대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북큐브의 B612단말기는 기회를 포착해서, 기습적으로 절반 가까운 가격을 깎으며, 독자들의 마음을 잡는데 한 몫했습니다. 상당 부분은 누트3의 출시 연기와 그에 대한 해명이 독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면도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출혈 경쟁을 시도한 북큐브측은, 이후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부분이 시사하는 점은 e-ink단말기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이며,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이 10만원대로 내려가야 한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상의 가격은 사실상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최근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네덜란드의 아이렉스사나, 아마존의 경계심 어린 행보들은 이러한 e-ink단말기 들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생각됩니다.

2. 멀티 디바이스… 역시나 아이패드가 뒤에 있다.
작년 인터파크의 사업 계획은 킨들 모델 벤치마킹이었습니다. 인터파크는 킨들을 예를 들어서, 3G휴대폰 망을 이용해서 킨들 단말기로 단독 서비스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아이패드를 비롯해서, 안드로이드, 기타 스마트폰등을 고려한 멀티 디바이스 체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한 건, 실제 아마존의 킨들 모델은 킨들 단말기 외에도 PC, 맥, 블랙 베리, 아이폰, 아이패드등의 멀티 디바이스 플랫폼을 이미 예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터파크가 정말 킨들을 벤치 마킹하겠다는 마음이었다면, 비스킷 단말기 전용은 조금 이해가 안가는 모습이었습니다.(현재는 다시 멀티 디바이스 플랫폼 사업 형태로 가는 듯 합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교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보와 삼성의 SNE60, SNE60K의 따로 국밥 진행에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한 두달이 전에 어느 정도 해답이 나왔습니다. 갤럭시 A와 S에 교보앱이 기본 장착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교보역시 스마트폰을 통한 멀티 디바이스 체계로 갈 생각이고, 그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것 같습니다.

이같은 교보의 행보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갤럭시 시리즈는 통신 3사를 통해서 공급될 예정입니다.(KT에는 갤럭시 S가 아니라 A등급을 제공한다고 해서 또 한 차례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듯 합니다만..)즉, 교보는 갤럭시 스마트폰들을 통해서, 통신 3사 모두에 자신들의 앱을 각인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협력이 어디까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갤럭시 A와 S에서의 채용을 본다면, 적어도 앞으로 나올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폰에는 교보의 앱이 기본 장착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이는 다른 경쟁 업체들에게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앱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추가 구입(설사 무료라도)앱의 점유율과 그를 이용한 서비스 이용 빈도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앞으로 발매된 삼성 스마트폰에 계속해서 교보 앱이 기본 장착되어서 나온다면, 상당히 이득이 되는 장사를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업체들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쪽에 관심을 돌린 사이에, 먼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접근한 것은 향후 멀티 디바이스를 통한 서비스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를 사용한 태블릿용 앱 개발은 지금도 많은 업체들이 준비중입니다. 상반기가 지나고, 가을쯤 되면 이들 서비스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ePUB 제작 솔루션의 부재…
사실상 많은 제작 솔루션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출판 관계자분들에게 적합한 솔루션은 아직 요원한 상황입니다. 인디자인에서 ePUB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파일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인쇄 출판계 인원들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게 친절한 제작 솔루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난 주에 비스킷 메이커 교육을 다녀와서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더욱 더 절실히 느꼈습니다. IT 개발자들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기존 출판사 분들에게는 상당히 모호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것은 솔루션 개발자분들이 출판쪽 일에 대해서 잘 모르시기 때문에, 기존 솔루션 개발식으로 진행을 한 결과라고 봅니다.

비스킷 메이커 프로그램이 썩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글 UI가 반드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여타 솔루션 개발 업체 분들도 기존 출판사 분들과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강력하고 획기적인 툴이 필요한게 아니라, 현장에서는 쉽고, 기존 출판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는 프로세서의 뭔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차후 컨텐츠 수급에 대한 필요가 점차 늘어날 것인데, 출판사들과의 원할한 협력을 위해서는 그분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4. 여전히 전자책에 부정적인 출판사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들
전자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크게, 두 가지인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현재 서적 시장을 봤을 때나, 전자책 시장을 봤을 때나, 과연 얼마나 팔리겠는가라는 냉소주의. 두 번째는 전자책으로 인해 출판사들의 파워가 빼앗기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글세요. 어느 쪽이 되었든 당분간 기존 출판사 분들 상당수가 전자책에 호의적일수는 없을 것 같고, 그쪽에 투자는 전혀 하실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업이라는 것과 회사의 경영 마인드는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전자책 시장에서 일어나는 장벽 낮추기를 감안하면, 뭐가 되었든 대처를 하실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애플은 이미 미국의 세금발부ID와 ISBN을 등록하면, 개인이라도 아이북 스토어 등록을 허용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아마존은 직접 해외 저작물들에 대한 번역 팀을 꾸리고, 컨텐츠 수급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출판사와 협업하던 기존 작가들이 아닌, 소위 마이너리거들에게 점점 기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발빠르게 개인 출판 회사 신고를 내고,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출판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되는게 아니라, 출판사가 없어도 출판 할 수 있는 길들이 계속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나온 개인 출판물들의 퀄러티가 기존 출판사들과 비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두 번 시도를 한 개인 작가와 출판사들은 기존 출판사에 입장적으로 반기를 드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로서는 기존 출판사들과 나누는 수익 구조보다는 매출이 조금 적더라도, 아이패드와 같은 6:4(애플이 4)모델에 더 눈이 쏠릴 것입니다.
또한, 기존 출판사들에 눈에 띄지는 못했지만, 가능성 있는 작가군들은 이러한 세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이 책 한권을 내기 위해서, 킨들이나 아이북스 스토에 입점하는 것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에이전트 업체도 하나 둘씩 나타나겠지요.

이러한 상황이 된다면, 과연 전자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출판사들은 어떠한 대응안을 내놓아야 할까요? 전자책을 시도하지 않을 출판사라면, 적어도 이에 대한 고민은 해 봐야 할 것입니다.

5. 좌충 우돌… 여기가 아닌가 보다. 저쪽인가?
인터파크의 비스킷 서비스를 다시 또 꺼내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멀티 디바이스 트렌드를 읽지 못해서, 지금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소문을 듣기도 합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하게 보입니다. 예스 24와 알라딘, 리브로, 영풍등이 모인 한국 이퍼브 역시, 제대로 집중해서 뭔가 되는 형국은 아닙니다. 설상 가상으로 한국 이퍼브 내부에서도 각자 동상 이몽적인 움직임이 간혹 잡혀서, 이 연합체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갈지는 의문입니다.

많은 전자책 업체들이 현재 정책을 수정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핵심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장만 크게 부풀리는 언론 플레이성 기사만 눈의 띌 뿐입니다.

하루 속히 짜임새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6. 한국 전자책의 재앙… 아이패드
앞서 말씀드린 톤으로는 제 어조가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상당히 우호적이라고 느끼셨을지도 모릅니다. 개인 작가와 출판사들의 가능성의 장으로서나, e-ink단말기들의 가격 경쟁 하락을 이끄는 점들을 보면 말이지요.

하지만, 한국내 전자책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 아이패드는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숙제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자원이 아니라)를 가진 업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개발 일정을 서둘러야 했고, 그에 따라 출시된 단말기들이 상당수 초반에 문제를 안고 나왔습니다. 또한, 후속 기종 개발을 위한 로드 맵 수정이 불가피해 졌으며, 이는 개발및 제조, 판매 일정 딜레이로 연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나쁜 건 아이패드와 견줄 수 없다면 출혈적인 가격 경쟁으로 내몰린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업체들과 출판사들 역시 아이패드를 비롯해서, 멀티 미디어형 전자책에 대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숙제를 떠 안았습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텍스트형 전자책에 대한 기반 마련이 완료된 상황에서, 멀티미디어형 전자책으로 넘어 왔지만, 한국은 이제 막 텍스트형 전자책에 대한 시작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단순히 멀티미디어로 만들면 되지 않냐라는 것은 통용되지 않습니다.
차곡 차곡 컨텐츠 기획과 제작 노하우가 쌓여 가야 하는데, 그러한 것들을 쌓기도 전에 금새 아이패드 폭풍을 만나 버렸으니까요.

독자들 역시 어떤 면에서는 재앙일 수 있습니다. 관련 업체들이 아이패드때문에 우물 쭈물하는 사이에 실질적으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멀어져 가고, 뒤늦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독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업체들이 사라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런 시류에 애궂은 업체들이 휩쓸릴까… 그것이 염려됩니다.

결론… 결국 아이패드 이야기?
네, 결국은 상반기의 전자책 시장의 여러 모습들이 아이패드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아이패드 발매에 가장 먼저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아이패드가 발매되기 전에 기대를 모았던, 플라스틱 로직스사에 디스플레이용 IC패키지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발표가 있었던 바로 다음 날, 저희는 즉시 부품 물량 확보해서 납품하라는 오더를 받았습니다.

제조 관련회사로서의 영향을 받은 사례 하나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도 그 정도로 제품 시연 발표때부터, 아이패드는 상당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충격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는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그로 인해서 전자책 관련 업계가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다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제 생각에는 하반기에도 아이패드의 영향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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