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몽구스입니다. 여러분들도 할 수 있어요. – 이걸로 돈 좀 벌어 봅시다.

출처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jijabella/18350017)

 저는 몽구스입니다. 여러분들도 할 수 있어요. 이걸로 돈 좀 벌어 봅시다.

실제 영어 제목의 원뜻이야 어떻든 간에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 든 느낌은 바로 저렇게 의역한 제목 그대로였습니다. 뭔가 껄렁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고 할까요? 아니다 다를까 내용도 가끔은 10같은 냉소주의와 싸구려(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위트들로 곳곳에 널린 책입니다.

or 뒤에 붙은 즐거움과 밥벌이를 위해 RPG로 일하자라는 부제목이 이 책의 테마입니다.

네, 이 책은 소설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TRPG룰북도 아닙니다. TRPG로 돈 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며, 그러한 결심을 실천하려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룬 책자입니다.

책은 40페이지가 조금 안됩니다. 그나마도 후반부에 자금 계산표와 표지를 빼면, 30페이지 정도가 될까? 가격도 29.95 달라로 환률 상승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300페이지 넘는 TRPG코어 룰북이 거의 그 정도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부담감은 훨씬 더 커지지요. 게다가, 이 녀석은 PDF 파일로만 판매되는 녀석입니다.

한 마디로 볼 사람만 볼 수 밖에 없는 접근성 제로에 수렴하는 녀석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접근성 제로에 수렴인 수요 영역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성경에 나오는 만나와도 같은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인 매튜 스프렌지는 영국에 위치한 TRPG 출판사 몽구스의 창립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사실상 그의 사업 경험과 몽구스라는 출판사가 걸어 온 길이 쓰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은 이전까지 스프렌지씨가 강연을 한 내용이 주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가장 먼저 이 책에서는 TRPG로 돈을 벌 경우 얼마나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합니다. 회사를 창립하기 전에는 어머니 집에 언혀 살며 컴퓨터 수리공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저자가, 창립 이후에 집을 사고 자동차를 재규어로 바꾸었다는 단락을 읽을 때쯤에는 많은 TRPG유저들에게 희망을 주는것 같습니다만… 그 다음 문장에 바로 “사실, 그건 나같은 운좋고 잘난 사람들 사정이고, 대부분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라고 쏘아 붙입니다.

이 밉살스러워 보이는 입담은 이후에도 간간히 나오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만약 냉소적으로 이죽거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쿵푸 영화에 자주 보이는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촌데레로 표현하는 전형적인 사부 스타일이랄까요? 오히려, 후반부에 보면 플레이밍 코브라라는 사업 프로젝트 방식-출판을 원하는 개발사의 책자를 대신 위탁 인쇄및 판매를 하고 수익을 반으로 나누어 가지는 방식-을 이 바닥에 뛰어 들려는 초보자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해 주기도 하거든요.

몽구스라는 출판사는 사실상 위자드 오브 더 코스트(D&D의 판권을 가진 대형 TRPG 회사, 매직 더 개더링도 라인업으로 가지고 있으며, 모 기업은 거대 완구 회사인 합스브로-트랜스 포머의 바로 그 회사!)를 제외하면 TRPG쪽에서는 꽤나 덩치가 큰 회사입니다. 내놓는 라인업도 상당히 많은 편이고, 다양한 시스템(TRPG의 규칙책들의 종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회사를 키우기까지 저자인 스프렌지씨가 그간 얼마나 이 시장에서 노력했을지를 감안해 보면 이 책의 취지는 알 수 있을 겁니다.

책에서는 일단 전업이든 부업이든 간에 TRPG로 돈 좀 벌어서 먹고 살고 싶으면, 더 이상 취미 영역으로 생각하지 말고 현실을 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뭐, 그간 창업이나 비지니스 관련 책들이 같은 반복의 말을 했던걸 감안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입출금 표를 들이대고, 인쇄비가 얼마나 빠지는지, 매달 수익 회전률이 어떻게 되지는를 보게 된다면, 더 이상 취미로 어떻게 좀 해 먹자는 글러먹은 생각은 확실히 접을 수 있을 겁니다.

그 간 유능하고 인기 있는 시스템을 냈던 회사들이 어떻게 몰락해 갔는지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바로 그런 점을 냉정하게 짚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취미를 즐기던 분들이 회사를 차렸을때 흔히 범하는 실수가 시스템만 좋으면이라든지, 부업인데 이 정도 선에서.. 라는 자기 한계와 게으름 때문이거든요.

저자는 현실적으로 자금 관리에 힘쓰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TRPG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출판사 사장이 할 말이라기 보다는 회계사나 재무 담당자들이나 할법한 말처럼요.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그걸 인지한 사람들만이 집을 사고 재규어를 몰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하는 충고는 절대 대출같은 빚을 지고 하지 말라였습니다. 자기 자본을 충분히 축적하고 뛰어 들라는 말인데, 출판이라는 자금 흐름이 느린 경향을 생각해 볼때 충분히 맞는 말인것 같습니다. 비단 TRPG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대출을 받고, 이후 수익을 내서 갚아 나가면된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이 그리 쉬운건 아니지요. 게다가, TRPG라는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 마이너리티 중에 마이너리티 사업 영역은 더욱더 자금 흐름이 안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스프렌지씨는 자기 자본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이베이같은 경매 사이트에 자기 물건들을 싸그리 모아서 팔라는 주문을 합니다. 뒤져보면 1원짜리라도 티끌모아 태산처럼 도움이 된다나요? 너무 현실적이라서 눈물이 다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후에 사업 진행에 관해서는 다품종 정책을 지향하라고 독려합니다. 실제로 몽구스는 다양한 룰 시스템을 라인업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OGL-D&D 3.5시절의 라이센스 정책, OGL 라이센스 하에서는 D&D 고유의 상표권을 침법하지 않는 선에서 게임 규칙및 기타 여러 컨텐츠를 이용해서 타사가 출판이 가능케 함. 현재는 GSL(D&D 4)로 성격이 바뀜.-을 바탕으로 한 변형된 룰들의 출판과, 거기에 나와 있는 각 클래스(전사, 마법사, 성직자 같은)에 관한 소책자들까지 출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봤을때, 개별 컨텐츠들의 판매량은 높지 않지만, 뭉쳐진 판매량은 실제로 출판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 줍니다.

일반 출판물과 달리 TRPG 컨텐츠는 코어 룰북을 중심으로 파생 컨텐츠들이 연계되어서 판매될 수 있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까지 이 전략은 상당히 잘 먹히는 편이고, 덕분에 몽구스는 OGL바탕의 룰북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스템을 갖춰서 몸집을 불려 놓은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소규모 TRPG출판사와 창업 준비자들이 자금의 압박 때문에 1~3권 정도만 간간히 출판하는 정책을 펴는데 반해서 몽구스는 무모하다 싶은 정도로 다양한 라인업으로 밀어 붙인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앞서 말한 회계 부분은 꼼꼼히 예의 주시하는걸 잊지 않아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전략이 모두에게 맞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저 역시 TRPG 시장에 뛰어들려고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부분 공감과 함께 교훈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책값은 별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누군가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창업 관련 책들에 비해서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30페이지 정도로 짧은 점도 이 책에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p.s. 이 책을 추천해 주신 오승한님(http://wishsong.egloos.com/)에게 감사드립니다. 늘, 이 바닥에서 좋은 컨텐츠를 블로그에 소개해 주셔서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더불어 덕분에 비워져 가는 제 지갑에도 애도를…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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